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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는 바꿔봅시다

군산신문(1004gunsan@naver.com)2002-03-25 00:00:00 2002.03.25 00:00:00 링크 인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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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지칭하는 좋지 않은 말 중의 하나가 '간판공화국'이라는 듣기 거북한 말이 있다. 이러한 오명은 도시 어디를 가봐도 도시 나름대로의 미(美)는 찾아볼 수 없고 오직 간판만이 현란하게 존재하는 데서 나온 말이다. 우리가 사는 군산도 예외는 아니어서 상가와 사무실이 밀집되어 있는 시내는 온통 간판으로 뒤덮여 있다. 시내가 온통 간판으로 뒤덮여있는 이유의 하나는 먼저 '경쟁적으로 손님을 끌기 위해서'이다. 경쟁사회에서 경쟁업체보다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모든 전략과 방법을 동원하는 것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으나 그 경쟁의 정도가 지나쳐 도시미관 전체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나운동 일대 상가를 가보면 한 상가당 데여섯개까지 간판이 그 집을 둘러싸여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도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해서인지 글씨가 빨갛든지 바탕이 빨간색으로 만들어져 오가는 시민들의 눈의 피로를 넘어 골치가 아플 정도이다. 아무리 작은 건물이라 할지라도 지을 때라도 그 건물 나름대로의 건축미가 있게 마련이고, 비교적 큰 건물을 지을 때는 거금을 들여 전문적인 건축사의 설계에 의해 지어지게 되어 있다. 그러나 그러한 나름대로의 건축미와 조형미는 지어지자 마자 곧 입주한 상가의 표시를 알리는 간판으로 뒤덮여 버리고 만다. 하나의 좋은 예로는 군산을 상징하는 26빌딩을 들 수 있는데, 현재 입주해 있는 각 증권회사의 간판이 경쟁적으로 붙여지고 있어 언제 그 모습이 사라질지 모른다. 시내가 간판으로 뒤덮여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첫 번째 이유와는 이율배반적으로 '지저분한 건물을 가리기 위해서'이다. 군산은 최근에 조성된 신도시가 아니고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에 결쳐 형성된 도시이다. 그래서 시내 곳곳에는 낡은 건물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건물이 도로변이라도 있게 되어 상가가 되면 그 낡은 건물의 허물을 감추기 위해 간판이 커지고 여기저기 간판으로 도배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우리가 소위 일컫고 있는 선진국들의 도시는 분명 간판으로 뒤덮여 있지는 않다. 아무리 큰 빌딩이라하더라도 그 빌딩의 벽면 등에 큰 간판을 붙인 것을 거의 볼 수 없다. 입주해 있는 여러 회사들의 이름은 입구의 조그마한 판에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그 건물의 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그 건물은 전체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하나의 구성분자가 되고 있다. 그리고 낡은 건물일 경우에는 간판으로 눈가림을 하기보다는 적당한 수리를 통해 고풍스런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일찍이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그 지방나름대로의 개성과 특성을 살릴 제도적 장치는 충분하게 되어 있으나 아직도 도시미관측면에서 노력과 관심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우리 군산의 모습을 새롭게 하기 위한 마스터플랜 속에서 적은 것부터 실천에 옮겨 타 도시와 차별화된 모습이 하나하나 형성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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