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2002년 식묵일은 불길이 군산의 명산 3곳을 덮쳤다. 지방문화재 117호 불지사가 소재해 있는 축성산의 불은 임피면 축산리 석산마을에서 담배꽁초로 인해 발화됐다. 군산시 경암동 김모씨(63)가 버린 담배꽁초가 잔디에 옮겨 붙으며 삽시간 임야를 삼켰다. 오후 1시께 시작된 오성산의 발화원인도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였다. 이날 도내에서 난 5건의 산불 가운데 최대의 피해를 낸 축성산의 불은 오전 10시께 시작됐으며 건조한 날씨로 바싹 말라있는 임야를 삽시간 잿더미로 바꿨다. 설상가상으로 강풍까지 불어닥친 이 불은 20여㎞나 번지며 인접한 나포면 망해산 마져 태워 모두 17㏊의 면적을 불태웠다. 또 오후 1시께 시작된 오성산 불은 오성의 묘가 있는 오성봉과 인근 봉우리들을 태우고 산등성을 넘었다. 이 불은 이날 청명일을 맞아 묘소를 찾은 성묘객의 담배 불로 시작돼 빠르게 번져 10㏊의 산림이 피해를 입었다. 불이 나자 소방서를 비롯 경찰과 공무원 인근 군부대, 주민 등이 나서 불길을 잡으려 애썼지만 역부족이었고, 도내에서 동시다발로 불이나 소방헬기 3대의 동원도 큰 효과가 없었다. 불이 난 현장은 나무들이 타며 내는 굉음들로 공포분위기가 가득했으며 불길이 인근 주택들과 불지사 등에 접근하자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이날 불은 매우 큰 피해를 내며 다음 날까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됐으나, 때마침 밤 10시께 내린 비로 인해 불길이 잡혀 밤 11시를 넘어서며 완전 진화됐다. 그나마 천우신조였다. 이날 불로 2002년 군산시의 식목일은 산불진화의 날로 바뀌었으며, 군산의 명산 3곳이 큰 화재를 입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