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지난 1999년 개봉된 제니퍼 러브 휴이트 주연의 영화 제목이다. 우연히 교통사고를 내고 피해자 시신을 바다에 버린 후 도망간 청춘남녀 4명에게 일어난 일의 이야기다. 사고의 악몽을 되살리게 하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나는…알고 있다’란 핏빛 경고문이 쓰인 협박 쪽지가 날아드는 것이다. 이‘협박’은 이들의 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린다. 협박은‘공포’를 낳는다. 협박 중에서도 이를 행하는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게 하는‘익명성’이 가미된다면 그 공포효과는 극대화된다. 당사자는 마침내 주변 불특정 다수의 누구라도 두려워하는 의심증에 싸여 불안에 떠는 더 큰 고통을 겪는다. 그래서 익명성이 겁나는 것이다. 그 핵심은 다중 속에서 가 협박을 하는지 전혀‘감’을 못 잡는다는 것이다. 거꾸로 협박주체는 알아도 벌여 놓은 수상한 (?) 일이 많을 경우는 어떤가. 마찬가지다.‘네가 한 일을 나는 알고 있다. 알아서 해라’정도만 해도 이런 경우 어떤 건을 말하는지 해당자는‘감’을 못 잡아 공포가 배가될 수밖에 없다. 협박이 횡행하는 사회는 그만큼 비정상적이란 반증이다. 사회지탱 요소들이 총체적으로 제자리를 고수하지 못하고 뭔가‘불안’해‘삐꺽’거리고 있는 탓이다. 일본의 경우 최근 한 40대가 회사 중역과 부유층 2백여명에게 ‘당신의 불륜을 알고 있다’는 협박편지를 보냈다. 이중 60명이‘제 발이 저려’그가 요구한 총 2천2백만엔(2억2천만원)을 범인 계좌로 입금시켰다니 정말 얄궂은 세태다. 지금‘당신의 비리를 알고 있다’는 등의 익명성 협박 편지가 나돈다면 어떨까. 권력층이나 부유층의 상당수가 외국으로 도망가 나라가 일거에 조용해질 것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떠돈다. 웃을 일만 아니다. 곰곰 생각해 보면 이상한 우리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아 되레 눈물겹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