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릉 채만식 선생을 추모하는 각종 기념사업들이 전개되면서 지역의 정신문화 운동도 한층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백릉의 추모사업들은 다양하게 펼쳐지지만 체계성이 부족해 안타까움을 갖게 한다. 세기말들어 채만식 추모 기념사업은 연극공연에 이어 오페라까지 제작됨으로써 전성기를 맞았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99년 5월1일 군산항 개항 1백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오페라는 문학과 종합예술이 만난 군산의 최초 문화상품이란 의미를 담고 탄생돼 2000년 11월9일부터 13일까지 5일동안 총 6회의 그 첫 공연을 올렸다. 당시 고려오페라단 김수길 단장(군산대 음악과 교수)을 비롯한 제작진들은 초연임에도 5일간 6회 공연이 무리한 계획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나타냈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우에 불과했다. 연일 객석은 만원을 이뤘고 오페라 공연은 대성공을 거뒀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채만식 문학과 관련한 각종 추모사업들이 산발적으로 추진되는 양상을 보이다가 종합예술무대인 오페라를 통해 새로운 이정을 세우며 한마음으로 모아져야 한다는 바람을 표출한 것이라 여겨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해마다 무대에 올려지기를 기대했던 오페라의 재공연은 초연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아직까지 무대에 올려지지 않고 있다. 마치 채만식 선생 추모사업의 현실이 그러하듯 운명적인 탁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이어서 염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