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영조때 정순왕후는 마음 씀씀이가 남달랐다고 전해진다. 사대부 집안 처녀들이 왕비간택을 위한 심사를 받고 있었다. 각자 아버지 이름을 새긴 방석에 앉았으나 정순왕후만은 이 자리를 피했다. 왕이 그 이유를 묻자“아비 이름을 감히 깔고 앉을 수 없다”고 했다. 또 “어떤 것이 가장 깊으냐?”는 물음에 산과 물이 나오는 등 이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정순왕후는“사람의 마음”이라고 답했다. 마음은 결코 잴 수 없다는 것이다. 정성왕후의‘마음의 빚’이야기가 있다. 매우 춥고 눈바람 부는 겨울날이었다. 정순왕후가 3세 때 찢어질 듯 가난하던 그 식구들이 서울로 가는 길에 여관에 들었다. 마침 이사관이 충청도 관찰사로 부임하러 가다 여관에서 추위에 떠는 정순왕후를 보고 자신의 담비 갖옷을 벗어 덮어주었다. 정순왕후는 이 은혜를 잊지 않고 그에게 높은 벼슬을 주도록 했다는 것이다.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마음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천사와 악마의 성상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 또한 인간 특성이다. 흔히 사람답지 않은 마음은 금수보다 못하다고 한다.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재물 때문이다. 황금엔 사람으로 하여금 눈을 멀도록 하는‘뭔가’가 있다. 그래서‘사슴을 쫓는 사람은 산을 보지 못하고 돈을 움키는 사람은 사람을 보지 못한다’고 한다. 70대 노인이 오랜 추적 끝에 40여년 전의 빛 23만원을 현재 500만원으로 쳐서 갚아 화제다. 채권자가 죽자 그 아들에게 죽기 전‘마음의 빚’을 정리하고자 한 것이다. 바로 사람을 보는 천사의 마음이다. 악마의 마음은 사람을 무시하고 재물만 탐닉한다.‘재물을 독차지’하거나‘이익을 독점함’이다. 생각해 보자. 우린‘마음의 빚’이란 용어조차 잃어버린 양심이 마비되지는 않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