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거주하는 우리민족의 별 스러움을 가장 잘 드러내는 속성은 역시 자녀교육에 맹목적일 만큼 헌신적인 부모들의 열성이라고 한다. '주이스마더' 하면 유대어머니들의 철저한 자녀교육을 일컫는 별칭이었는데 이제는 코리안마더로 바뀐지가 오래 된다고 한다. 한국의 부모들은 장기적으로는 자녀의 출세, 단기적으로는 자녀의 교육적 성취에 존재이유가 있는 듯이 살고 있다. 우리사회의 교육열 현상은 개인적 의지의 결과로 이해 할 수 있는 '한국인'의 교육열로 규정하여 접근하는 것 보다 '한국사회'의 교육열로 파악하여 한국사회의 역사적 문화적 산물이라는 특수성의 인식에서 출발하는 갓이 타당하다고 본다. 한국사회의 교육열은 눈덩이처럼 굴러가듯 세대를 이어 가면서 더욱 고조되어 이제는 우리에게 눈사태처럼 다가오고 있다. 맹목적으로 과열된 교육열은 교육계의 각종 비리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학교교육의 질적수준을 저하시킬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교수와 학습 그리고 학교운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학교교육이 부실하면 개선을 요구할 수 있겠지만, 학교교육이 내실화 되어도 과외수업을 그만 둘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 왜곡된 우리교육열의 특수성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적절학게 고조된 교육열은 필요하기도 하고 실제로 교육에 공헌할 수 있으며 한국사회의 높은 교육열은 어떤면에서는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되어 왔으며, 인력을 충분히 양성하였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도 정도가 지나치면 더 이상 좋은 것일 수 없듯, 교육열 역시 정상적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부작용과 병폐를 낳고 있는 것이다. 국가적 재정적 부담, 개인적 사회적낭비, 고비용으로 양산한 고학력자의 실업으로 인한 사회적 가정적 손실등은 과열된 교육열이 야기시킨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이다. 일 자체에 아무런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임금을 위하여 노동력을 팔고 있는 소외된 노동자처럼, 우리학생들은 부모들의 강요에 의해서, 지적호기심은 상실한 체 자발적 학습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으며 언제든지 공부로 부터 탈출할 준비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의욕적으로 학습 할 리 없으므로 '학습, 학급, 학교'로 부터 소외 될 수 밖에 없고, 최근 회자(膾炙) 되고 있는 "교실붕괴"는 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그 유례가 없이 거세게 불고 있는 한국사회의 출세지향의 회오리바람 앞에는 모든교육철학·사상·이념이 무력하게 무너지고, 사회는 무철학·무이념 사태에 빠져 버리고 있다. 특히 교육적 출세주의 장벽에 부딛치면 전인교육·창의성교육등 절박하고 긴요한 교육도, 검증된 탁월한 교육이론도 힘없이 허물어져 버리고 만다. 혹독한 입시지옥·온갖 변태교육의 가장 큰 원인이 이 파괴적인 출세주의 교육열에 있다는 것도 자명한 일이며, 그래서 우리의 출세주의는 온갖 비리 ·비교육적 내용이 모자이크된 종합증후군이 결집되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흔히 칭송 받는 한국부모들의 명예로운 교육열은, 실은 교육열이 아니라 출세욕이며, 아이가 어떤 성격의 사람으로 자라느냐에 관심이 없고, 일등하고 일류대학에 가는 출세의 길에만 관심이 있어 한국교육은 그 자체가 출세주의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옛날처럼 출세하지 않으면 입에 풀칠도 못하고 사람대접 못받는 시대가 아니므로 출세주의가 사라 질 만도 한데 우리의 처지는 가난에서 벗어 났어도 마음만은 여전히 가난속의 사상적 전근대에 머물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모든 고등외래종교도 한국에 수입만 되면 기복신앙화 하는 경향이있다고 한다. 입시기복신앙은 우리사회의 입시철 행사·뉴스거리가 되고 있으며 사회를 온통 출세를 위한 입시기복신앙의 정글로 몰아 간다는 추리가 가능한 사회가 돼 버린다. 출세주의는 시험선수는 만들어 낼 수 있을망정 작고 큰 창의자는 길러 내지 못함으로, 이제는 구각에서 벗어나서 환골탈태하여 일 그자체가 좋아 그일에 몰두하고 흠뻑 빠져있는 사고인·창조인을 길러야 하며 문화지향의 인간을 육성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부귀공명을 뜬구름처럼 여기고 마음을 비우기 까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인간이 추구해야하고 추구할 수 있는 가치에는 출세외에도 무한이 있다는 문화지향의 교육에 더욱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출세와 권력 치부와 재력만이 아니라 기술과 예술과 학문과 도덕도 사회적으로 현시(顯示)되고 희구(希求)되며, 권력과 재력에 관계없이 정직과 성실과 봉사가 온당하게 현시되고 평가되는 사회를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만들어서 후손에게 물려 주어야 한다. 우리사회의 빗나가고 있는 파괴력을 지닌 교육열을 슬기롭게 동원한다면 이런 사회로의 접근이 이룰 수 없는 이상만은 결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