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남편에게 늘어놓는 불만이나 불평을 '바가지'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2가지의 설이 있는데 하나는 시잡살이에 스트레스가 쌓인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바가지를 요란하게 쳐서 나는 소리로 반항한다고 해서 비롯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옛날 병액을 쫓는다고 바가지를 긁어 시끄러운 소리를 냈는데 여기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다. '악처'의 대명사격인 소크라테스 아내의 이름은 '크산티페'이다. 독일어의 속어로 '바가지(잔소리) 심한 여자' 또는 '악처'를 말한다. '뫼성 벼락이 치더니 소나기가 오는구나'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크산티페의 심각한 바가지를 단적으로 비유한 일화로 유명하다. ▼아내의 바가지는 대체적으로 집요하고 습관적이다. 비오는 날에 쉴새없이 내리는 빗방울과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남편 인내심의 한계를 넘으면 종종 파경에 이르기도 한다. 이혼사유 중 성격차이에 해당될 것 같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바가지 긁어서 남편이 쉽게 변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기질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남편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 '칭찬전략'을 사용하면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자칭 '페미니스트이자 바가지 긁는 아내'였다는 미국의 여성작가 로러도일은 베스트 셀러 '항복한 아내'에서 자신이 남편에게 져줌으로써 파경으로 치달을 뻔하던 결혼생활이 행복하게 되더라고 실토했다. 지혜로운 내조와 사랑이 행복한 가정의 비결이란 것을 웅변해 주고 있다. ▼4차 남북이산가족상봉에서 전남 영과의 정귀엽(75) 할머니가 북녘의 지아비 림한언(74) 할아버지를 만나 52년간 수절의 한을 바가지로 풀어 화제였다. 남편의 재혼 소식에 "(실종당시)그때부터 애인이 있었던 게 아니냐"며 물아 붙이며 해묵은 의심을 털어 놓았다. 이어 "(재혼한)그 여자마음씨는 고우냐"고 걱정한 뒤 '집안 대를 이어 다행"이라며 결국 남편을 용서했다. 반세기동안 켜켜이 쌓인 한과 그리움이 '사랑의 바가지'로 변했던 것이다. 하지만 만남도 잠깐,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그녀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 아리는 가슴에 지순한 사랑의 모닥불은 아직 남아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