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소룡동에 사는 임정희(44)씨는 생각만 하면 분통이 터진다. 시민들의 권리의식 신장과 더불어 지난 2000년부터 환자측의 진료기록 열람이 가능하면서 의료분쟁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나 이처럼 의료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은 감정이 앞서는 환자측과‘법대로 하자’는 병원측의 극단적 대립의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분쟁조정법의 조속한 입법과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의료사고 감정기구의 설립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높다. 의료사고를 주장하는 쪽은 대부분 소송 등 법적절차 대신 실력행사의 방법을 택하고 있다. 법대로 해봐야 밝히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들은 의사의 과실여부를 판단하는 사람들도 같은 처지의 민간의사들이 될 수밖에 없는 현행 체계에 대한 깊은 불신을 갖고 있다. 실제 경찰은 진료행위 전반에 대한 자문을 대한의사회 군산지부에 거의 의존하고 있어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현재 의료법에 따라 각 자치단체별로 의사, 변호사,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의료분쟁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군산의 경우 지금까지 단 한건의 조정도 없을 정도로 유명무실한 상태다. 그러나 이들의 감정적 대응으로 병원측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병원측은 의료사고 판정 때 전문적인 판단이 선행돼야 함에도 환자측이 섣부른 지식으로 예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의료사고의 특성상 양자간 이견차가 워낙 크기 Eoansd에 현실적으로 법적 해결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측은 또 의료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아 겪게 되는 곤란 때문에 병원이 치료가 복잡한 환자를 기피하고 의사들도‘방어 진료’를 하는 등 결국 의료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며 환자측의 합리적인 태도를 요구했다. 현재 지연되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의 조속한 입법을 통해 의료사고에 대해 신뢰할 만한 분쟁조정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