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악동인 7세 손자와 산골 마을의 78세 벙어리 외할머니가 펼치는 감동적 가족 이야기, 영화‘집으로…’가 가정의 달을 맞아 신드롬을 낳고 있다. 영화를 본적이 전혀 없는 김 할머니의 순박한 연기와 무공해 이미지는 관객들의 손수건을 적시고 있다. 영화‘집으로…’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단어,‘외할머니’를 뇌리에서 부활시켜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하나하나 떠올리게 하고 있다. 그 그림들은 되돌아갈 수 없는‘그리움’이며 그 자체가‘마음의 고향’노스탤지어이다. ▼도시 출신들에게 시골의 외갓집은 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 찾아갔던 고향이다. 외할머니는 방학 중 얼마동안이라도 당신의 피붙이인 딸자식의 힘을 덜어주기 위해 외손자들을 거두어 주신다. 그것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무조건적이며 순수한 사랑이었다. 외할머니의 넉넉하고 포근한 품에서 외손자들은 세상에 대한 베풂과 가족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체득했다. 집으로 돌아갈 땐 외할머니는 외손자들을 위해 닭을 잡고 또 갖고 가기 힘들 정도로 퍼주시는 게 일이다. 그것은 당시 이 땅의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이어지는, ‘여인의 한’에 대한 일종의 맹목적 보상이 아닐까. 남성이 지배하는 가부장적 문화와 가족제도 하에서 약자끼리의 동류의식이었고 또 그것은 외손자에게 희생적인 사랑으로 전해졌던 것이리라. 지금 외할머니를 그리워할 나이라면 현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정신없이 달려 온 세대다. 영화‘집으로…’의 외할머니가 이들에게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고 잃어버렸던 것을 찾아서 가라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