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은 자정임에도 자동차들은 분주하다. 아침 이른 시간에도 언제 나왔는지 자동차들이 꽤 많다. 무슨 일이 있어 저리 늦게 다니고 또 일찍 나오는지… 밤늦은 나들이와 아침잠을 줄이는 것이 결코 즐거운 것이 아니고 보면 그것이 모두 먹고사는 일 때문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같은 시간에 길을 오가고 얼굴을 마주치지만 그들은 모두 남이다. 눈길을 나누는 일도 말을 건네는 일도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까이 모여 살고 있지만 사람들 개개인은 모두 파편처럼 떨어져 있는 것이다. 이 분열되어 있는 사람들을 하나의 틀로 엮어주는 것은 먹고사는 일로 얽혀야 하는 살벌한 시장뿐이다. 잘게 나누어진 일들이 먹을 것을 위해 통합되는 것, 이 끈에 의해서만 사람들은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사람을 미국 한 학자는‘고독한 군중’이라 불렀다. 우리 사회를 돌아볼 때 이 고독한 군중 속에 다른 나라 말로는 쉽게 옮기기 어려운 집단들을 본다. 아줌마라는 집단이 그렇고 서민이라는 말이 그렇다. 결혼하고 집안 일을 주로 하는 여자를 가리키는 아줌마라는 말을 정작‘아줌마’들은 듣기 싫어한다. 거기에는 우리 사회가 아줌마에게 부여한 어떤 편견이 담겨있기 때문이다.빠뜻한 살림에 그들의 악다구니가 아니면 집안이 제대로 유지나 되었을까. 아이들을 챙기려면 예쁘게 모양내고 조용조용 걷기만 해서 되겠는가. 그렇게 사는 동안 쌓인 스트레스, 수다를 떨어서라도 풀어야 할 게 아닌가. 그런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회라는 집단은 그렇게 관대하지 못하다. ▼상대적으로 배운 것이 적고 벌이도 좋지 않은 더 큰 집단을 흔히 서민이라 부른다. 주로 도시에 살고 있는 그들은 기득권층에 대비될 때 그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실직과 구조조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을 때 가진 자들은 더욱 많은 돈을 버는 것을 보면서 서민들은 절망한다. 선거 때만 되면 서민이 갑자기 관심의 초점이 된다. 많은 표를 좌우할 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후보들은 서민이미지를 전달하려 애쓴다. 그러나 이 때가 되면 서민들은 자신들이 서민임이 더욱 쓸쓸하고 고독한 것은 왜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