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라의 불안은 한 사람을 잘못 임용하는데 있으며 나라의 영안도 또 한 사람을 잘 임용하는데 있다. 예부터 군자의 도는 매양 참사의 이간으로 행하지 못하게 되니 이것이 천하의 난세가 많고 치세가 적어진 까닭이다.’ 16세기 조선조 명망 높은 대학자 회재 이언적이 당시를 비판한 말이다. 그는 나라의 안위가 사람의 현(賢)·사(邪)에 좌우된다고 했다. 그래서 특히 인재 등용문인‘과거’의 내력까지 고찰하며 간신 제거를 왕에게 진언했다. 과거의 시초는 788년 신라 원성왕 때 실시한 독서출신과다. 이후 각 왕조를 거치며 국가 동량 발굴의 관문이 됐다. 조선시대엔 문·무·잡과의 3과가 있었다. 문과 대과나 무과의 전시가 최고였다. 임금 앞에서 합격자 등급이 최종 결정됐다. 요즘 사법시험 같은 율과, 의사시험인 의과, 외무고시 비슷한 역과는 잡과에 속한 점이 특이하다. 현대판 과거가 고시다. 열풍을 넘어 아예 광풍이란다. 서울대의 경우 미 취업 졸업생 수 3명 중 1명 꼴로 고시에 도전한다고 한다. 옛날 과거의 최고는 문과였던 것과는 달리는 지금 고시의 초점은 사법고시다. 법대는 물론 전공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학생들이 고시대열에 끼인다. 왜냐, 그들 부류만을 위한 독점적 아성 때문이다. 판·검사가 되고 최소한 평생 고소득의 안정적 생활이 보장되는 변호사가 될 수 있다. 이 좋은 조건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래서 우수한 학생이 몰린다. 반면 창조성과 도전성 등이 요구되는 훌륭한 인재가 정작 필요한 인문계와 이공계는 찬밥 신세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 한다. 올바른 윤리와 건전한 상식을 갖춘 이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수재들이 모일 이유가 없다. 엉뚱한 분야로 인재가 너무 쏠려 되레 교묘한 법망 연구로 나라가 망쳐지지 않는지 걱정이다. 안 그러면 최고 엘리트들이 법 집행을 한다는 이 사회가 왜 이리 시끄러운가. 나라가 부정과 탈법의 난무로 엄청 혼란스러운 것도 너무 똑똑한 법 전문가들의 정상궤도‘일탈’때문이 아닌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