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귀했던 시절, 동네 사람들이 TV가 있는 집 마당에 멍석을 깔고 앉아 유제두·홍수환 선수의 권투경기를 보며 시끌벅적 응원하던 때가 있었다. 집집마다 TV가 잇는 요즘, 좀처럼 모이기 힘든 동네 사람들이 갑자기 자기 집을 마다하고 놀이터와 주차장, 공원 등지에 왁자지껄 모여 TV를 보기 시작했다. 바로 월드컵 한국경기를 보며 함께 응원하기 위해서다. 한국팀이 월드컵에서 승승장구하면서 대규모 야외 응원전과는 별개로‘복고풍’의 소규모 동네 응원이 급속히 확산되어 지난 22일 8강전에서는 군산지역 에서만도 수십곳에서 응원전이 있었다. 그리고 덕분에 이웃간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곳곳에서 지역공동체가 부활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군산시 나운동금호타운 주변 한 공터에는 인근 교회가 대형 스크린을 걸어 주민들이 돗자리를 가지고 나와 수박 등을 나눠 먹으며 함께 응원했다. 장미동상가 변영회에서도 장미동 거리에 대형 스크린을 걸자 시민들은 하나둘 씩 모여 수백명이 단체 응원전을 함께 벌였다. 영동 입구 국민은행앞 구시청, 등등...... 군산에서는 맨 처음으로 응원전이 펼쳐졌던 로데오거리는 경기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 중심으로 모이고 있는 인기지역으로 자리 메김하고 있다. 골목골목의 가게에서는 동네 노인들이 모여 TV를 밖에 내놓고 소주 한잔을 하며 응원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띤다 또한 아파트 주민들도 큰 TV를 가지고 있는 가정에 몇몇 가정이 한데 모여 같이 경기를 보는 등 동네 응원전은 대규모 단체응원과 달리 자연스럽게 이웃 간, 세대 간 대화와 유대의 물꼬를 트면서 지역 공동체 문화가 새롭게 형성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군산 대우아파트에 사는 김정희(41)씨는“이웃의 얼굴조차 제대로 모른 채 살아 온 주민들이 이제 서로 인사하며 지낼 만큼 분위기가 몰라보게 좋아졌다”면서“마치 시골의 마을잔치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