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을 한 달여 동안 뜨겁게 휘감았던 월드컵축제가 지난 30일 결승과 함께 막을 내린다. 반세기만의 월드컵 첫 승리라는 영광을 일궈낸 태극전사들이 불꽃같은 투혼으로 아시아 최초의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까지 만들어 낸 시민들의 열정은 그 무엇과도 비할 데가 없었다. 군산지역에서도 유례없는‘길거리 응원’열기로 시내 곳곳을 한동안 붉게 물들였다. ‘대∼한민국’을 외치는 동안 어느새 모두가 하나임을 가슴으로 느꼈다. 회색벽으로 가로막힌 도시의 아파트 단지에서도 이웃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태극전사의 눈부신 활약에 서로를 껴안으며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모처럼 한데 모인 가족들도 환희의 눈물로 다시 한 번 끈끈한 정을 확인했다. 나운동 삼성의원 앞 공터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 앞에는 삭막한 콘크리트 벽에 갇혀 이웃의 얼굴도 모르는 인근 금호, 현대, 롯데아파트 주민들 1천여명이 모였다. 시민 정찬영(49)씨는‘어른 아이 없이 한 자리에 모여 응원전을 펼치는 동안 모두가 한 가족이 된 것 같은 분위기’라며 앞으로 아파트 별 체육대회를 갖는 등 인근 주민들끼리 두터운 정을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길거리 응원열정을 영원히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회사원 이창혁(31·군산시 수송동)씨는‘직장에서 상사와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를 하며 몇차례 열띤 응원전을 펼치다보니 평소의 껄끄러움이 모두 사라졌다’며‘딱딱하기만 하던 직장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지게 되자 이제부터 군산에서 펼쳐지는 야구와 축구 등 경기가 있으면 찾아 상하 관계를 따지지 않고 함께 응원전을 펼치는 기회를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