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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신문(1004gunsan@naver.com)2002-07-22 00:00:00 2002.07.22 00:00:00 링크 인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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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姓)을 갈아 버린다'는 맹서가 있다. 최후의 결백이나 정당함 등을 입증하는 가장 ‘겁나는 말'이라고나 할까. 거꾸로 ‘성갈이'보다 더 수치스럽고 불명예스러운 일이 없다는 의미다. 어쩌면 ‘하늘에 다짐한다'는 말 못지 않은 비중을 지닌다. 되레 하늘보다는 성씨에 대한 집념이 때론 더욱 강한 측면을 찾아 볼 수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이것은 아마도 농경민족에 뿌리를 둔 ‘씨족 중시 사상' 및 '조상 경모 전통'이란 의식이 깊게 깔려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이러한 다짐을 하는 사람들이 지구상 다른 나라에 또 있을까. 외국의 경우 대부분 그들이 믿는 신에게 약속을 하는 정도가 가장 일반적 최선으로 간주되는 것 같다. 하지만 유독 우리의 경우 성씨와 관련된 결의가 그 무엇이든 최고의 결연한 느낌을 준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성씨는 성역으로 절대 터부시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가 성씨를 신성시하는 것을 나타내는 확실한 예가 있다. 타고난 성을 바꾸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여자가 결혼을 해 시집을 가도 자신의 본을 나타내는 성만큼은 그대로 유지한다. 일종의 상징적 남녀 평등이랄까. 사실 조선시대 중반까지 만도 우리 역사에서 남녀가 비교적 차별이 없었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주장이다. 당시 생활에서 재산 상속,제사 의무 등 적지 않은 면에서 남녀 몫이 공평했다고 한다. 반면 서구 여자들은 결혼하면 남편 성을 따른다. 일본만 해도 마찬가지다. 다른 가문의 성씨로 새로 태어나는 것이다. ▼박(朴)씨 성을 가진 여성들이 전북 고창에서 처음으로 여성 종친회를 결성했다. 어쩌면 단군이래 처음인 듯하다. 이들 박씨들은 모두 박혁거세의 후손들이다. 전국 모든 박씨의 모임인 '신라 오릉 보존회'에도 곧 참여한다고 한다. 조선시대 유교 문화의 결정적 영향 탓인지 지금까지 성씨의 대표는 남자들이란 인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남성중심의 현실적 '구태의연함'에 혁명적인 일격을 가한 것이 이 여성 종친회다. 이 같은 움직임이 보다 빨리 나타났으면 아마 우리 사회의 긍정적 발전을 한 단계 더 앞당겼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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