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사람이 살기는 여름이 겨울보다 낫다고 하지만 해마다 혹서(酷暑)로 인해 사망하는 인구도 적지 않다.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나라는 인도다. 낮 기온이 섭씨 50도가 넘는 날이 많아 통행을 금지하는 지역이 많다. 외국관광객이 굳이 통행을 원하면 경찰은 통행 중 일사(日射)나 열사로 사망하더라도 인도 정부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서약을 받는다고 한다. 덥기로 유명한 미국 중서부 시카고 지역에서는 1910년 무려 9천500여명이 폭염으로 사망하는 기록을 세웠다. 영국에서는 7월초에서 8월 중순까지를 '개의 계절(dog days)'이라고 부른다. 우리 나라에서처럼 개가 수난을 당하는 복(伏)날과 관계가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밤 하늘에 개 모양의 별이 나타나는 시기로서 이때는 불쾌지수가 높아지기 쉬워 자칫 사소한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음을 경계하라고 붙인 명칭이라고 한다. ▼하루 동안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는 7월 중순이면 어김없이 찾아들지만 올해는 중복과 말복사이가 열흘이나 더 긴 월복(越伏)인 탓인지 더위가 유난히 맵고 길다. 군산도 전국적으로 무더위와 함께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 밤잠을 설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기상청은 이처럼 찌는 듯한 무더위는 전형적인 여름날씨에 '푄현상'이라는 지역적 기후요인이 겹쳐 나타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푄'이란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높새바람이라고 부르는데 습윤한 바람이 산맥을 넘을 때 고온 건조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불쾌지수가 80을 넘어서면 절반 이상의 사람이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는데 어제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불쾌지수가 80을 웃돌았다. 불쾌지수가 높다보면 사람들마다 이성을 잃기 쉽다. 이른바 '열대야 폭력'과 이웃간의 다툼이 잦아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세상만사는 사람의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기온이 체온보다 높아본들 앞으로 며칠이나 더 갈 것인가. 모깃불을 놓고 평상에 앉아 야참을 먹으며 얘기꽃을 피우던 시골 여름밤 정취만 못하더라도 강변이나 공원, 아니면 심야영화나 심야콘서트 장을 찾아 열대야를 식혀보는 것도 복더위를 이겨내는 지혜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