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된 선박에서 승객의 한사람이었던 광부가 금괴 200파운드를 담은 띠를 몸에 두른 채 숨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그가 발견되었을 때 우리는 그가 금을 가졌다고 말할 것인가. 아니면 금이 그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할 것인가.' 이 이야기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富)는 거름과 같아서 축적되어 있을 때는 악취도 풍기지만 뿌려지면 땅을 기름지게 한다'는 말은 톨스토이가 했다. 그의 말처럼 부는 가지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 줄 때 그 가치를 갖는다. 따라서 진정한 부자는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이다. 소유물뿐 아니라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도 준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사람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역설적으로 부를 혼자만 소유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다. 헤밍웨이가 자신이 살았던 쿠바의 한 성당에 노벨상 상금을 기부하고 나서 '자신이 무엇인가 소유했음을 알게 되는 것은 그 것을 누군가에게 주었을 때'라고 한 말은 부와 부자의 정의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비록 좋은 일이라고는 하더라도 자신의 재산을 남을 위해 내놓는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 쉽지 않은 일을 할 때 그는 진정한 부자다. 재산을 자식들에게 대물림하는 관행에 쐐기라도 박듯 전 재산을 불우한 사람을 위해 내놓은 사람이 있다. 83세의 실향민 강태원씨다. 기부한 재산은 현금 200억원이 든 통장,땅 1만6천평,87평짜리 빌라 1채 등 모두 270억원어치다. 5년 전부터 '나눔'을 결심해 온 그는 지난해 100억원의 부동산을 꽃동네에 기증한 바 있다. '자식을 제대로 키우려면 재산을 한 푼도 물려주면 안 된다'라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기부를 한 그날 밤 그는 '오늘 밤은 잠을 푹 잘 수 있겠다'고 했다. 1남4녀의 자식들은 아버지의 뜻을 이해하면서도 섭섭한 마음이 오죽했으랴. 그러나 그 아름다운 나눔의 실천은 뿌리를 내려 이 세상에 평화와 사랑의 열매를 주렁주렁 맺게 될 것이다. 가졌다고 해서 부자가 아니라 나눔으로 부를 즐길 줄 아는 그는 진정한, 그리고 가치 있는 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