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의 탐미주의 소설 '광화사(狂畵師)'는 절대미의 추구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보여준다. 화가 솔거는 미인도를 그리기 위해 천하의 절색(絶色)을 찾아다니다 순박한 소경 처녀의 신비로운 눈빛에서 놀라운 매력을 발견한다. 그림의 눈동자 부분만 남겨놓은 채 두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는다. 솔거는 다음날 그림을 완성시키려 했으나 처녀의 눈은 아름다움이 사라진 지어미의 눈,애욕에 물든 눈으로 변해버렸다. 눈이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면 눈먼 처녀의 눈은 세상일에 물들지 않은,순진무구한 마음의 표상일 것이다. ▼신윤복의 풍속화 '미인도'는 조선시대 여인의 아름다움을 이상적으로 표현했다. 갸름한 얼굴,다소곳한 눈빛,앵두 같은 입술,단아한 이마,좁은 어깨 등 당시 미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서구의 미인이 외모에 중점을 둔 것이라면 동양의 미인은 내면의 아름다움,특히 정숙미(貞淑美)를 첫째 조건으로 꼽았다.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家父長)적 사회구조의 산물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미인관이 크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부잣집 맏며느리 감'이라면 얼굴이 둥글고 살이 적당히 찐 여성에 대한 덕담이었는데 이제는 비아냥거림으로 들리게 되었다. 성형수술이 유행하다 보니 80년대부터는 얼굴은 둘째고,날씬한 몸매가 미인의 첫째 조건이 되었으며 90년대에는 작은 얼굴에 깡마르면서도 '큰 가슴'이 강조되었다. TV,영화 등 영상매체가 창출한 '미인상'에 다름 아니다. ▼미국에서도 '미인 산업'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850만건의 미용성형수술이 이뤄져 1년 새 48%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술 비용만 70억달러.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미용성형산업 시장은 5천억원,다이어트 1조원,화장품 5조5천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남성미용도 늘어나는 추세니 '뷰티산업'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미인의 기준도 유행 따라 돌고 도는 것. 탤런트 닮은 늘씬한 미인들이 거리에 넘쳐나게 되면 '맏며느리 감'이 대접받는 시절이 다시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