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톰 행크스 주연의 '아폴로 13'이란 영화를 메디컬-버디무비로 패러디한 것이다.'1980년대 최대 안과 질환이었던 '다래끼'와 쌍벽을 이룬 아폴로 눈병. 이 눈병은 당시 약국에서 판매됐던 '선스타'란 약의 위력으로 진압됐다. 하지만 단 한마리 아폴로 병원균이 13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살아 남아 마침내 아폴로 13호란 독종의 신종 눈병으로 진화한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동네 약국을 습격해 초토화한다. 안과 전문의 톰 행크스는 이에 대응, 특수헬멧을 만들어 아폴로 눈병과 한판 승부를 펼친다. 하지만 동료의 배신으로 헬멧 1개가 모자라는 바람에 비참하게 죽는 처지가 된다. ▼아폴로 눈병을 빗댄 풍자까지 이렇게 인터넷에 등장하는 판이니 이 병이 얼마나 위세를 떨쳤는지 알 만하다. 왜 하필 미국 우주선 이름인 아폴로인가. '아폴로 11호'가 달에 처음 도착한 1969년 아프리카 가나에서부터 크게 유행하기 시작해 이렇게 명명됐다고 한다. 아마도 이 우주선이 달에서 병원체를 가져오지 않았는가 하는 '믿거나 말거나'의 일설도 있었다. 원래 아폴로는 그리스 12신 중 하나이나 지금은 엉뚱하게 눈병의 대명사가 돼버렸다. ▼아폴로 눈병의 정체는 '엔테로 바이러스 70형'이라 한다. 일반적인 유행성 각결막염의 잠복기가 5일이나 이 눈병은 불과 8시간에서 2일이다. 눈이 부시고 이물감이 느껴지며 충혈되고 아프며 퉁퉁 붓는다. 때론 전신에 열이 나고 근육통까지 생긴다. 2~3주간 증세가 지속되지만 특효약은 없다고 한다. 이 아폴로 눈병이 전국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해 일부 학교에서는 휴교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번 눈병은 확산 속도가 특이하게 빠르고 대규모여서 보건당국이 더욱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과학은 인간의 달 착륙이란 거사를 이뤄냈다. 하지만 아직도 병마란 고통에서는 인류를 해방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과학이 모든 걸 해결하는 만능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눈병에 붙여진 '아폴로'란 이름의 의미는 역설적이다. 아폴로 11호 같은 성취에도 '인간아, 오만해지지 말라!'는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주는 듯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