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생활은 과정과 결과의 연속선상에 놓여져 있다. 지금 우리 각자가 하고 있는 일은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이며, 그 결과는 보다 큰 결과를 얻기 위한 또 하나의 과정에 속한다. 골프운동에서 싱글 플레이어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고 정확한 자세, 끊임없는 연습, 남다른 열정 등의 과정이 절대적이다. 그러한 과정이 없이는 항상 밥을 사기 마련이다. 한편, 그 어려운 싱글플레이어의 결과를 얻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더 나은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보람있는 하루의 결과는 당대의 삶의 과정에 속하고, 그 과정은 한 인생의 결과로 나타난다. 그 인생이 이 세상에 없어진다 하더라도 살아있는 사람의 입줄에 오르내리면서 하나의 과정을 또 밟게 된다. 이와 같이 과정과 결과는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순환하게 되어 있고, 하나의 결과를 얻어내는 데는 순조롭고 이치에 맞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생활속에서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착하고 결과만을 서둘러 얻어내려는 경향이 짙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그 일차적인 결과인 위장의 포만감을 서둘러 얻어내려고 음식을 소화시키는 침이 충분히 나오기도 전에 먹어 해치우는 버릇이라든가 술을 마실 때도 술을 매개로 하는 대화의 원활함과 깊이를 추구하기보다는 술의 궁극적인 결과인 우선 취하고 보자는 식의 폭탄주가 성행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위장병이 가장 많은 나라라는 좋지 못한 결과를 낳고 있다. 건축물을 세우는데 있어서도 레미콘의 적당한 배합과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공기(工期)안에 맞추는 결과가 급하다. 그래서 수해로 인해 부서진 다리에 철근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보도를 접하게 된다. 전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보면 대개 사람들은 잠을 잔다. 그렇게 피곤하지 않게 보이면서 왜 잠을 일부러 청하는 걸까?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의 그 과정은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목적지만 도착하면 그만이다. 차를 몰고 갈 때 그 과정에 있는 신호등과 횡단보도는 무시되고 목적지에 한시바삐 도착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교통사고는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고 있다. 각종 선거를 보면 페어플레이는 좀처럼 볼 수 없다. 당선만이 지존의 가치이며, 선거과정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불법타락선거가 없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볼 때면 일정한 과정은 무시되고 그저 결과만을 중시하는「결과주의」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관광객에 의한 세계어가 된 말이‘빨리빨리’라고 하는 애기가 그 하나의 증거이다. 이러한 결과주의의 체질화와 일반화는 오랜 세월동안 우리나라가 지정학적으로 많은 전쟁을 겪어왔고 기후의 큰 변화로 인해 매년 큰 격차의 흉풍을 거듭하는 농업에 전통적인 생활의 기반을 두어 왔기 때문이라는 어느 사회학자의 견해이다. 전쟁과 흉풍의 큰 격차, 그리고 정치의 불안정은 미래에 대한 정돈된 계획과 꾸준한 과정의 성립을 부정하고 순간 순간만을 모면하는 근시안적인 안목만을 키우고 미래를 멀리 내다보는 감각을 둔화시켰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정을 좀더 중시하는 체질로 변화시켜야 한다. 과정이 좋아야 결과가 좋고, 그 좋은 결과는 다시 과정을 건전하게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해의 결과를 수확할 시기이다. 이 가을의 수확은 또 닥쳐올 겨울을 지낼 수 있게 해주고, 새봄에 뿌릴 씨앗을 준비해 주는 과정에 속한다. 이러한 과정과 결과의 순환속에서 하나의 과정이라도 소홀히 행한다면, 추운 겨울은 더 춥게 지내야 하고 새봄이 온다하더라도 뿌릴 씨앗이 없어 또 하나의 수확을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풍성한 수확과 함께 곧 닥쳐 올 추운 겨울이 모든 이들에게 따뜻하고 지낼만한 계절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