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목욕탕 때문에 망했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로마에는 11개의 대형 목욕탕과 926개의 대중탕이 있어 사방 100㎞의 야산이 황폐될 정도였다. 카라칼라 목욕탕은 12만4천㎡에 2천100명이 동시에 목욕할 수 있었단다. 도서관 점포 경기장까지 갖췄으니 전천후 위락·휴식시설이었던 셈이다. 로마 멸망 후 중세 후기까지 육체의 욕구를 억제한 종교적 관행에 따라 목욕은 금기 시 되었다. 귀족들은 향수와 치장으로 악취를 막았다. 루이 14세는 일생에 단 한번 목욕을 했다고 하니 사정을 알 만하다. 그러나 목욕의 퇴폐화가 나쁜 것이지 목욕 자체는 심신을 맑게 한다. 목욕의 효과로 대개 온열·정수압·부력의 자극을 꼽는다. 온열은 노폐물을 배출시켜 준다. 정수압은 배 둘레를 약 2.5∼6.5㎝,가슴둘레는 1∼3.5㎝까지 압축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부력은 물에 잠긴 신체 부피만큼 몸을 붕 띄워 주니 날아갈 듯 가뿐하다. 빈부와 직위에 따라 목욕의 쾌감이 다를까 마는 식도락에 탐닉한 몸보다 고단한 삶의 더께를 씻는 서민의 목욕이 한결 개운할 것이다. ▼도심 사우나에 비해 동네 목욕탕은 서민들의 삶의 체취가 물씬 풍기 곳이다. 총선 때면 종종 선량 지망생들이 벌거벗은 채 악수를 청하고 등을 밀어주겠다는 모습도 볼 수 있다. TV에서나 볼 수 있던 정치인들의 '친절 공세'를 받으면 겸연쩍기도 하고 괜스레 '닭살'이 돋을 때도 있다. 보도에 따르면 김석수 국무총리는 넓고 호화로운 공관 목욕탕을 놔두고 매일 새벽 20평 남짓한 달동네 목욕탕에 다니고 있다. 주민들은 처음 흰머리에 검은 피부의 노인이 총리인 줄 몰랐지만 이젠 친숙하게 인사를 건네는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좁은 탕 안에서 아침인사를 나누는 총리와 서민의 정경은 상상만 해도 포근하다. 민심을 떠보려는 말은 일절 없다니 총리와 서민들의 '알몸 친교'가 던지는 메시지는 구수하고 신선하다. 정치인이 어느 날 잠바 입고 시장통에 들렀다고 서민의 풍모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평소 생활습관이 몸에 배어야 한다. 누가 서민들을 챙겨줄 사람인지 평소 잘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