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도움을 어쩔 수 없이 받을 수밖에 없는 소위 '불우이웃'들은 다른 때보다는 한해가 가고 오는 이 때쯤 기대가 커진다. 1년동안 살면서 불쌍한 사람을 그다지 돕지도 돌보지 못한 선량한 시민들의 순수한 마음이 작동될 때이고 추운 겨울 바람은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사선을 넘는 것과 같은 고난의 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의 불우이웃에 대한 우리의 보살핌이 예년보다 못하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 많이 들려오고 있다. '대선이다' '경제침체다' 다름대로 핑계를 대고 있지만 추운날 먹지도 못하고 썰렁한 바닥에서 잠을 자야하는 영세민, 모자가정, 소년소녀가장, 시설에 있는 노인 등 불우이웃을 돕는데는 그런 핑계는 아무리 생각해도 설득력이 없다. 1년 동안 가만히 지내다가 연말이 다가오면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도 어려운 사람들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는데 올해는 그마저 발길이 뜸하다니 겨울바람과 함께 얼어붙어 가고 있는 사회의 인심이 안타깝기만 하다.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살 수 밖에 없는 우리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우이웃에 대한 측은한 생각과 이들을 위한 조그만 행동은 보통사람들이 당연히 해야 할 사회적 의무이기도 하다. 아무리 진리를 외쳐도 남을 위한 사랑이 없으면 그저 울리는 쾡가리 소리와 같고, 이들을 밀쳐두고 '함께 하는 사회'를 아무리 강조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다행스러운 것은 불우이웃을 돕는 형태가 조금은 달라져 단순히 성금과 물품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김치담아주기 등 정성을 모아 따듯한 마음을 전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움을 받는 이들도 차가운 물품보다는 따뜻한 마음의 교류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바램이 있다면 그나마 도움의 손길이 연말연시에만 집중될 것이 아니라 연중을 통해서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 해가 또 가기 전에 우리 주위를 한번 둘러보는 여유를 갖고, 어려운 이들에게 매서운 추위를 이길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조금 나눠주는 바람직한 송년회를 보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