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하셨지요.…나와 어린아이는…어떻게 살라고…당신 먼저 가십니까?…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먼저 가시는가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주세요.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몇 년 전 안동의 한 묘소에서 발굴된 400년 전 조선조 한 사대부 부인이 죽은 남편에게 보낸 편지다. 당시 남편의 병환 회복을 기원하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정성스레 만든 미투리도 발견돼 시공을 초월한 사연으로 감동을 주었다. 예전엔 결혼서약으로 백년해로를 다짐했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죽을 때까지 인연을 놓지 말자는 것이다. 이 부인이 애절하게 언급한 '흰머리 되도록 같이 살자'란 것도 마찬가지다. 남이 모여 함께 산다는 점에서 인연 가운데 부부 인연이 으뜸으로 꼽힌다. ▼불교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며 그 현생의 순간적인 짧은 인연조차도 과거 오백생(五百生)이란 긴 세월을 거쳐야 비로소 이뤄지는 어려운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부부간 인연의 깊은 내력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부부 인연의 소중함에 대한 의식이 갈수록 희석되고 있다. 지난해 혼인건수에 대비한 이혼율이 사상 최초로 40%를 돌파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왜 이혼율이 높아질까. 그럴수록 경쟁적인 풍토가 돼 욕심과 이기심만 팽배하는 탓일 게다. 성철 스님은 유명한 주례사에서 부부가 각각 '덕보겠다'는 생각만으로 맺어져 이것이 삶을 불행하게 한다고 질타한다. 결국 남녀는 역경 속에서도 부족함을 서로 메워주는 희생적 '도우미'역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진정 그래야 이 세상의 좋은 인연을 끝까지 잘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