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벽에도 피난구가 설치돼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는데요’ 화재 등 각종 비상사태 발생 때 긴급 대피할 수 있도록 아파트나 연립주택에 설치된 피난구(세대간 경계벽)이 입주민들의 무관심과 홍보부족으로 존재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 인명구조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들어 공동주택이 일반 단독주택 공급률을 넘어서고 있는 데다 갈수록 고층화되는 등 긴급사태 발생 때 피난구 설치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입주민들은 긴급 피난구가 설치된 사실파악 조차 못하고 있는가 하면 피난구 설치지역을 아는 주민들도 대부분 물건을 쌓아두거나 창고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화재 등 긴급사태가 발생하면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14조 4항에 따르면 지난 92년 7월 이후부터 공동주택 3층 이상을 지을 경우 화재 등에 대비해 피난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피난구를 세대간 경계벽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으며 피난구는 망치나 발로 차도 쉽게 부서져 탈출할 수 있도록 경량구조물로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다. 군산시 문화동 S아파트에 살고있는 박모(48·회사원)씨는 “지난 98년 10월에 입주해 지금까지 살고 있지만 피난구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더욱이 상당수 소방관계자들도 공동주택의 경우 피난구가 반드시 설치 사항인줄을 모르고 있고 이곳을 이용한 피난사례나 방법 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또 일부 주민들은 피난구가 설치된 사실을 알면서도 위치가 베란다 주변에 있어 이곳을 개조해 창고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피난구가 비상사태가 발생해도 긴급탈출을 위해 사용할 수 없어 주민들의 의식전환이 시급하다. 군산시 나운동 모 아파트 14층에 사는 김모(43)씨는 “아파트에 긴급 피난구가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간부족으로 창고로 이용하고 있어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고 털어놨다. 따라서 주민들이 한눈에 피난구 설치 위치를 알 수 있도록 별도의 표시를 하는 등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