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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선행학습 무엇이 문제인가?

군산신문(1004gunsan@naver.com)2003-02-03 00:00:00 2003.02.03 00:00:00 링크 인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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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서의 선행학습으로 오히려 아이들이 학교수업에 흥미를 잃고 있다. “정비례는 x가 증가하면 y도 증가하는 관계입니다.” 수학시간에 나온 학생들의 대답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답은 정확하다고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정비례란 x가 2배, 3배로 변화하면 y도 같은 비율로 변화하는 것이지만 비례상수가 음수일 때는 x가 증가해도 y는 감소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대답이 나오는 이유는 지난 몇 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선행학습의 부작용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게 교육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방학기간을 이용해 한 학기 또는 심지어 한 학년 교과과정을 미리 배우는 기능적 학습에 의한 사고력과 창의력 부족에서 나온 결과라는 말이다. 학습의 자율성을 떨어뜨리고 학교 교육의 보조역할을 해 온 학원에서 불고 있는 선행학습에 대해 일선 교사를 비롯해 교육전문가들의 분석을 토대로 ‘선행학습의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살펴본다. ◇선행학습이란 학교에서 정규 교과과정에서 배울 수업내용을 미리 방학기간을 이용해 학교 진도에 앞서 배우는 사교육이다. 이 같은 형태는 다음 학기 진도를 미리 학습하는 것과 학년을 초월해 배우는 유형으로 나뉜다. 예전에는 기능적 학습을 주입시키는 선행학습이 눈에 띄지 않은 게 보통이었다. 학생들의 학습태도는 진지하고 수업 중에 질문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따라서 가르치는 교사들도 신나는 수업분위기를 이끌 수 있었다. 그러나 대입을 앞 둔 수험생을 둔 학부모나 고교생은 물론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 선행학습의 바람이 불고 있다. 초등학생의 경우 중학교 1학년 과정을, 중학생은 고교 과정을 미리 배우는 현상은 이제 일반화됐다. 이 선행학습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예습의 일종이라 인식된다. 그러나 현재 학원에서나 과외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선행학습은 그 차원이 다르다. 예습처럼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조금 앞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아예 학제와 학년을 넘어서 공부를 하는 게 선행학습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공교육은 뒷전으로 밀리고 보충학습 형태였던 사교육이 더욱 성행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실태와 원인 학교 상담교사에 따르면 중학교 1년 생인 김 모군은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때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중학교 과정 주요과목을 학원에서 배웠다. 초등학교 때 영재라고 소문이 났던 이 모군 역시 초등학교 5학년 때 벌써 중학교 전 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수학경시반에서 고교 과정의 상급영어와 수학과목을 배우고 있다. 성적이 상위권 학생이나 사교육비를 부담할 만큼 넉넉한 집 학생들은 대부분 선행학습을 하고 있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분석이다. 학급 내 70% 이상이 학원에 다니고 있으며, 이 중 90% 이상의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자녀 교육열은 높았지만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았던 예전의 부모와 달리 요즘 학부모들은 경제적인 여건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 게 선행학습 확산의 한 배경이 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또한 다른 집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게 되면 자기 아이가 혹시 뒤쳐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게 마련이다. 학부모들의 불안감 역시 선행학습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선행학습을 한 뒤 학교에서 반복 수업하면 그만큼 성적이 오른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입시학원의 광고전략도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보통 학원의 광고 문구는 ‘○○대학 ○○명 합격’등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광고를 본 학부모들은 막연히 이 학원에 자녀를 보내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입시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강박관념과 불안심리에다 성적에 대한 기대감이 선행학습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점 그러면 선행학습이 학생들에게 가져다주는 부작용과 문제점은 무엇일까. 일선 교사들은 선행학습을 한 학생과 하지 않은 학생의 수업태도 차이점을 들고 있다. 미리 학원에서 배우고 학기를 맞은 학생들은 이미 배웠기 때문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저렇게 쉬운 문제도 모르나. 난 저거 알아’라는 식으로 수업시간을 복습시간으로 활용하기는커녕 수업 자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게 일례다. 게다가 선생이 어떤 문제에 대한 원리나 기본 개념을 설명하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선행학습에 익숙한 아이들이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한다. 학원에서 개념 설명 보다 문제풀이 식 진도에 급급하다 보니 기능적 학습이 몸에 배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능식 학습습관으로 인해 지식이 자기 것으로 완전히 소화시키는 능력을 상실하고 만다. 학원에서는 한 학기 또는 한 학년의 교과 과정을 단 2개월 남짓한 기간에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원리나 개념을 설명하기보다는 문제 난이도에 따른 문제풀이 요령을 가르칠 수밖에 없는 한계를 학부모나 학생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능적인 학습 방법과 어릴 때부터 부모와 학원에 의한 교육에 젖어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는 것도 사고력과 창의성 발달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 스스로 과외나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모습도 종종 보게 된다. ◇개선책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는 교사들이 학원의 문제풀이식 학습과 학교의 원리 개념 파악 중심 학습의 차이점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학교 평가 방식 또한 바뀌어야 한다. 과거 학습평가 방법은 객관식 형태의 정기고사에 의존해 왔으나 서술형 형태로 바뀌어야 하고 수업시간의 학생 활동을 점수화 하는 학습평가가 개선책으로 대두된다. 즉 100점 만점에 정기고사 50점과 수행평가(수업활동 평가) 50점등으로 나누게 되면 아무리 정기고사에서 만점을 받아 봐야 50점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와 함께 학생 수준별·능력별 반 편성을 통한 이동식 수업도 개선 방법의 하나로 꼽힌다. 영어·수학·과학 등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를 수 있는 과목을 중심으로 하는 보충수업도 필요하다. 제도적 개선책으로는 학원의 기업화 금지 제도, 전공별 강의 중심의 학원강사 채용기준 마련 등이 교육전문가들에게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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