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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없는 노동 '파견근로' 눈물의 파견 계약서

군산신문(1004gunsan@naver.com)2003-02-05 00:00:00 2003.02.05 00:00:00 링크 인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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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87만3천2백원. 기본급 43만원, 시간외수당 4만3천원, 야근수당 12만8천원, 월차수당 2만5천원, 차비 13만원, 밥값 9만원…. 지난해 8월20일부터 군산공단의 모 중소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박기정(30·가명)씨의 급여명세서다. 연간 상여금(기본급의 200%)을 보태더라도 매월 4대 보험료 5만8천원과 세금을 공제하면 박씨의 월 수령액은 82만~85만원대로 뚝 떨어진다. 박씨는 “하루 평균 9시간30분을 하루종일 중 노동하는 대가치고는 너무 작다고 하소연했다. 박씨가 근로계약을 맺은 상대방은 근무하고 있는 회사가 아니다. 박씨는 인력파견업체 소속 노동자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경영효율성을 들어 모 인력회사인 용역업체 인력을 투입했다. 박씨는 “파견업체는 월급명세서만 내게 줄 뿐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도 내 임금 중 10∼20%를 매달 수수료로 가져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물론 파견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을 당시 이런 사실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민다. 직업소개소의 경우 수수료가 ‘최대 3개월까지 월급의 10% 이내’로 묶여 있지만 파견업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업체가 파견노동자의 임금 중 일부를 제멋대로 챙기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파견은 파견업체-파견노동자-사용업체라는 3각 관계로 형성되는데, 파견업체는 노동자를 거느리고 있다가 사용업체에 인력을 공급하고 노동자로부터 수수료를 챙긴다. 파견노동자의 근로계약 파트너는 실제 일하는 사용업체가 아니라 파견업체다. 따라서 회사에서 위탁을 철회한다면 박씨는 파견업체로 되돌아가야 하고 새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실업자가 될 수밖에 없다. 파견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근로자파견법’이 오히려 해고의 사유가 될 때도 있다. 지난 2000년부터 모회사 차량 운전기사로 일해온 이상길(53·가명)씨. 그는 지난해 8월 다시 직장을 잃고 말았다. 이씨와 근로계약을 맺은 파견업체는 이씨가 회사에 근무한지 2년에 딱 하루를 앞두고 계약을 해지했다. “일하면서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2년이 다 됐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내쫓고 다른 사람으로 바꾸더군요.” 이씨는 지금 다른 회사로 옮겨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회사만 바뀌었을 뿐 파견노동자의 삶은 계속되고 있다. 바뀐 게 또 있다면 파견업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1998년 7월부터 시행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업자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말 그대로 파견근로자 보호를 위한 조항인데, 이 규정을 피하려는 회사의 의도 아래 2년을 하루 앞두고 무더기 해고 태풍이 분다. 해고됐다 몇 개월 뒤 복귀하는 일이 2년마다 반복되지만 근속연수는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 이씨는 “계약직은 비정규직이라도 어쨌든 회사가 직접 고용했기 때문에 아이들 학자금 혜택도 주는데, 똑같은 일을 하는 파견노동자한테는 아무 것도 없다”고 설움을 삼켰다. 계약직 등 비정규직의 팍팍한 현실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파견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저임금과 차별대우를 받아온 파견노동자들이 이를 고발해 ‘불법 파견’으로 인정을 받아도 개선되기는커녕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파견은 파견업체가 근로자를 고용한 뒤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용사업주에게 인력을 송출하는 것으로, 이때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는다. 공공기관에서는 파견근로자를 쓸 수 없다. 도급은 파견과는 달리 용역회사가 고용한 근로자를 직접 지휘·명령하여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의 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부산지방노동청이 부산교통공단의 매표소 위탁을 도급이 아닌 파견으로 인정한 것은 파견근로자들이 부산교통공단의 자체 시설물을 사용하는 등 독립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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