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재학생들의 노래가 시작되면 졸업생들의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2절을 부를 때쯤이면 어깨가 들썩거려지고 곧이어 장내는 울음바다가 되고 만다. 벌써 오랜 세월이 지난 초등학교 졸업식 풍경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상급학교 진학의 기쁨도 아랑곳없이 정든 모교를 떠난다는 게 어찌 그리 서운했던 지. 졸업은 소정의 과정을 모두 이수해 하나의 매듭을 지었다는 점에서 졸업생 모두 축하받을 만하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나 육성회 간부의 자제 몇 명에게 교육감상, 학교장상을 수여하던 예전의 관행이 사라지고 요즘은 상당수 초등학교가 졸업생 모두에게 각자의 장점을 기록한 표창을 하고 있다. 문집 발간, 타임캡슐 설치, 촛불 졸업식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추억을 심어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특히 그동안 졸업식날이면 교복을 찢고 밀가루와 계란으로 온 몸을 뒤덮고 무슨 한풀이 액땜이라도 하듯 거리를 활보하던 모습이 눈에 띄게 줄었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이나 '형설지공(螢雪之功)'으로 일컬어지는, 고의 노력 끝에 받은 졸업장은 여느 훈장에 못지 않다. 청주교도소 재소자 40명이 교도소 내에 설치한 대학 2년 과정을 마치고 전문학사 학위를 수여받은 졸업식,40대부터 80대에 이르는 만학의 주부들이 짧게는 6년 길게는 9년 동안의 중·고교 과정을 마친 서울의 한 주부학교 졸업식을 TV로 보면서 가슴이 찡해졌다. 모두 인간승리가 아닐 수 없다. 졸업은 새 출발을 의미한다. 가야할 길이 정해져 있는 사람에겐 축복이지만, 렇지 않으면 고통의 시작에 불과하다. 청년실업자가 속출하는 오늘날 대학가의 졸업식 풍경은 을씨년스럽다. 축하하러 찾아온 친지들이 취업 여부를 물어볼까 두려워 졸업식에 아예 불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젊은이들이여,'슬픔의 날엔 마음 가다듬고 자신을 믿으라. 그럼 머지않아 미래가 밝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