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잡지의 할인 판매가 허용되는 등 지역 서점가는 완전히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지난달 27일부터 ‘출판 및 인쇄진흥법 시행령’이 시행되고 있지만 막판에 각종 완화 조항이 삽입돼 의미 없는 법이 되고 말았다는게 지역 서점가의 주장이다. 군산지역 서점 관계자들은 “중소 서점을 보호하겠다는 애초 취지는 사라지고 도리어 인터넷서점과 대형 유통매장을 돕는 법이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문화관광부는 최근 도서의 할인판매가 확산되면서 도서유통시장의 혼란이 지속되어 온 점을 감안, 발행된 지 1년 이내의 도서에 한하여 정가판매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그러나 모든 책에 대한 정가제 실시가 아니라 발행된 지 1년 이내의 서적에 한정하고 있는 데다, 이마저 인터넷서점은 그 유통방식의 특성을 인정해 10% 할인을 인정하고 있다. 또 할인점의 강세인 잡지류의 정가판매를 시행 직전 보류해 할인점과 인터넷서점의 장점을 모두 인정한 채 시행령이 발표됐다는 것이 지역 서점들의 입장이다. 특히‘1년’의 기준을 인쇄일로 삼지 않고 판본일로 잡아, 같은 판으로 여러번 인쇄할 경우 첫 인쇄일이 기준으로 잡히게 된다. 이에 따라 사전이나 교육 내용이 바뀌지 않은 해의 참고서 등은 예전 판본으로 2쇄, 3쇄를 찍어 매년 발행하면 올해 인쇄일이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할인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법안에서 보류된 ‘마일리지 제도’에 대해서도 분쟁의 소지가 높다고 보고 있다. 가격 할인을 하지 않더라도 그만큼 마일리지로 보상해준다면 도서정가제는 유명무실해지므로 인터넷 서점의 ‘10% 할인’ 안에 가격 할인과 마일리지 할인율을 포함해 산정하라는 것이 지역 서점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 마일리지 제도 폐지에 대해서는 지역 서점간에도 입장 차가 있다. 영세 상인들은 카드 발급, 프로그램 비용 등의 부담으로 “하고 싶어도 못하는 제도”라는 입장이고,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지역 매장들은 “지역 업체에서 독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서비스”라고 항변하고 있다. 즉 할인점, 인터넷 서점, 대형 서점의 강점을 모두 인정하는 시행령 내용으로 인해 결국 피해는 영세한 지역 서점만 고스란히 떠 안는다는 것이다. 군산지역 서점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94년을 고비로 인터넷 서점 발달과 인터넷 자료 활용으로 인한 책 수요의 감소, 독서율 저하 등으로 침체돼 군산에서 단행본·전문서적 등을 두루 갖춘 ‘제대로 된 일반 서점’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로 학교 앞 참고서 전문 서점인 실정으로 서점주인들은 책값은 2∼3배 올랐지만 매출액은 그대로라고 하소연했다. “이제 시민들은 할인점 등에서 구하기 힘든 전문 서적이나 필요하면 일반 서점을 찾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어쩌다 한 권씩 찾는 전문 서적 수요를 바라보고 장사할 수는 없죠. 또한 일반 서점답게 제대로 구색을 갖추자니 팔리지도 않는 책으로 넓은 매장을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