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따러 오거든/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주.' 김동환 시의 가곡 '봄이 오면'이다. 암울한 일제 치하인 1932년에 만들어졌다. 확실히 봄은 만물이 동면에서 깨도록 따스한 기운을 불어넣는 신비한 힘을 지니고 있다. 이 노래는 새로 오는 봄에 의지해 자신의 소망을 이루고자 하는 절실한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처녀 총각들을 마음 설레게 하는 괜한 '봄바람'을 연상시킨다. 어수선한 세월 속에서도 봄은 역시 좋은 계절이다. 사계절 중 봄에만 상춘(賞春)이란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는 '봄경치를 구경하며 즐기는 것'이다. 조선 전기 1400년대 학자인 정극인은 '상춘곡'이란 가사를 만들었다. '…/이바 니웃드라 산수 구경 가쟈스라(여보시오 이웃들아 산수 구경 가자꾸나)/…/갓 괴여 닉은 술을 갈건으로 밧타 노코(막 익은 술을 두건으로 걸러 놓고)/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으리라(꽃나무 가지 꺾어 수 놓고 먹으리라)/화풍이 건닷 부러 녹수를 건너오니(따뜻한 바람이 문득 불어 푸르른 물을 건너오니)/청향은 잔에 지고 낙홍은 옷새 진다(맑은 향기는 잔에 지고 떨어지는 꽃잎은 옷에 진다)/….' 속세를 떠나 봄의 완상에 몰입하고 안빈낙도의 인생을 즐기는 느긋함이 정겹다.▼너무 바쁜 탓인가. 오늘날 '상춘'은 원래 의미를 잃은 듯하다. 관광지는 어디든 복잡하고 시끄럽다. 봄의 껍데기만 급하게 구경하고 노는 정도로 만족하니 자연이 준 혜택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 봄나들이라면 이젠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아 문화나 맛 등 풍습까지 접할 수 있다면 어떨까. 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겠다. 지방의 감칠맛 나는 봄 특산품을 찾는 것도 봄을 맞이하는 한 방법이리라. 미나리의 경우 의령의 가례 밭 미나리나 언양, 호계의 봄 미나리가 그 예다. 그뿐만 아니라 곳곳에 숨어 있는 좋은 봄 경치와 특산물이 많다. 이런 보배 같은 것들을 즐기지 못하니 상춘객만 있고 '상춘'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짧은 시간이라도 봄을 심도있게 맛보고 느낄 수 있는 여유야말로 진정한 '상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