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내 A은행 K모 차장. 요즘 강 차장의 출근시간은 예전보다 1시간 빠른 7시30분경. 출근하자마자 K차장은 카드연체와 채권회수관련 서류를 집어들고 정신없이 헤맨다. 때론 연체 대책회의를 갖기라도 하면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하는 고민에 빠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연체와의 전쟁은 퇴근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도 계속 된다. 늦은 밤 연체자와의 통화에서 거친 말투에 울분을 삭혀야 할 때도 많다. 이처럼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신용카드 연체 및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이 은행지점 직원들의 주 업무를 ‘연체율 잡기’로 바꾸고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3월말에 1분기 결산까지 겹쳐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A은행 군산지점은 급기야 전직원을 4개조로 나눠 연체자 독촉업무를 분담하는가 하면 은행권 출신‘아줌마 부대’까지 동원, 연체율 잡기에 나섰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3%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B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 B은행은 지난달 초 행장이 월례조회에서 ‘연체축소에 최우선적으로 매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도 2월중순 전 영업점에 연체율 감축목표를 부여하고 연체관리 실적을 영업점 평가 시 10%반영키로 하는 한편 지점장 평가에 연체관리 실적을 사실상 포함시키는 은행도 생겨났다. 이 같은 변화로 은행원들의 생활패턴까지 변하고 있다. 늦은 밤 퇴근은 물론 주 출근도 다반사로 이뤄지는 것은 물론 상당수 은행 직원들은 아예 토요휴무를 반납하기도 한다. 지난해 7월 도입된 주5일 근무제가 ‘연체와의 전쟁’앞에 무릎을 꿇고 유명무실해진 셈. A은행 K모 차장은“요즘 들어 가족과 함께 하는 주말휴식은 꿈도 못 꾼다”면서 “특히 연체독촉을 할 때도 고객의 핸드폰으로 해야 할 때가 많아 통신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