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반영하고 세태를 투영하는 새로운 언어, 신조어가 계속 탄생하고 또 소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네티즌의 최고 인기 인터넷 검색어가 '엽기'에서 '로또'로 바뀌었다는 최근의 조사결과도 언어가 시대 변화의 반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특정 집단에 족(族)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1960년대 히피(Hippie)족이 처음이다. 80년대 들어 여피(Yuppie)족이 등장한다. 젊고(Young) 도시적인(Urban) 전문직업인(Professional)을 일컬었다. 90년대에는 가정보다 개인생활에 더 가치를 두는 딩크(Double Income No Kids?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족, 히피족의 보헤미안적 자유분방함과 여피족의 부르주아적 취향을 동시에 추구하는 보보스(Bobos)족이 생겨났다. 그러나 히피족을 제외하고는 모두 상업적 의미의 신조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족의 탄생 이면에는 일정한 패턴의 소비문화를 조장하는 자본주의 상술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족은 마처(마지막이자 처음)족이다.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에게 부양을 거절당하는 첫 세대, 직장상사에게 술?밥 대접을 한 마지막 세대이면서 이제는 대접받을 상사가 되자 역으로 후배를 대접해야 하는 첫 세대라는 뜻이다. 40?50대들의 자조 섞인 푸념이 만들어낸 신조어다. 최근에는 사오정(45세가 정년), 오륙도(56세가 되도록 직장에 붙어 있으면 도둑)란 말까지 등장했다. ?슨 모 기획사가 'P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참여(Participation) 열정(Passion) 패러다임의 변화 주도(Paradigm-shifter)에 적극적인 세대로 우리 사회 변화의 핵심세력이라고 한다. 그럴듯해 보인다. 그렇지만 광고기획사의 교묘한 상술이 있지 않나 싶은 의심도 간다. 17~39세로 한정한 P세대야말로 노후와 자녀 걱정에서 자유로운, 그래서 지갑을 쉽게 여는 연령층이다. 기업의 집중 마케팅 대상으로서는 안성맞춤이다. 'P세대는 돈 쓸 능력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라는 비판이 나옴직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