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나간 과거사가 됐지만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군산 유치과정에서 드러난 현상 하나하나는 우리 모두에게 적지않은 교훈을 안겨줬다. 지역발전의 명운이 걸려있는 중차대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진정한 시민여론을 결집하는 방법과 절차가 무엇인지를 우리는 이번 방폐장 유치 추진과정에서 여실히 보고 느꼈다. 순리에 따르지 않고 목소리 높이기식의 반대와 찬성을 추구할 때 절대다수의 순수한 시민들이 얼마나 혼란스럽고 당혹스러워 하는지도 충분히 배웠다. 민주적이고 다원화된 사회라면 얼마든지 소신에 근거한 찬반양론이 양립할 수 있는데도 정작 방폐장 유치를 둘러싸고 군산시에서 벌어진 배타적 여론분열 양상은 심하다 못해 위험수위를 넘어서기 일쑤였다. 여과된 여론 형성도 없었거니와 이처럼 여과되지 않은 여론이 난무하는데도 정작 이를 제어하고 조절할 수 있는 지도자와 사회적 어른, 따끔한 질타를 할 조직조차 없었다는 것은 앞으로도 수많은 의사결정 난관을 거쳐야할 우리 군산사회의 큰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방폐장 유치와 같은 뜨거운 감자격의 사회적·지역적 이슈가 또다시 생기지 말라는 보장이 없기에 우리는 이번 일을 교훈삼아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과 상호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적 태도를 실천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한때 군산시민을 갈등과 반목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방폐장 태풍은 사실상 일단락 됐다. 이제 남은 것은 그동안의 불협화음이 어느 단체, 어느 누구의 세(勢)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 군산발전을 위한 충심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자각하고 비온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옛 말처럼 서로를 향한 관대함과 믿음을 복원시키는 것 뿐이다. 잘사는 군산, 시민 모두가 행복한 군산을 이루기 위해서는 방폐장 유치에 찬성하고 반대해온 지금까지의 열정보다 더욱 소중하고 필요한 급선무가 시민 대화합과 여론결집에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되새겨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