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는 '남성'의 상징이다. 오늘날 성별에 관계없이 넥타이를 매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성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애초부터 그랬다. 고대 로마시대 병사들이 목에 휘감고 전장으로 출정한 목도리(Focal)와 프랑스 용병인 크로아티아 병사들이 1660년 터키 전투에서 승리한 뒤 파리 시가지를 행진하며 목에 걸친 화려한 수건 크라바트(Cravate), 그 무엇이 넥타이의 원조이든 간에 모두 남성의 것이었다. 그러기에 남성들에겐 오늘날에도 여전히 멋과 품위와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실용적인 것을 좇는 젊은이들로부터 조금씩 외면 당하고 있다 하더라도. 넥타이는 그 화려한 색상과 문양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으로 목을 죌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억압과 구속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비속어로는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 즉 사형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어 비속어 사전'(김동언 편저)에도 올라 있듯이 사형장을 '넥타이 공장'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넥타이는 '상징'의 차원을 넘어 실제 우리들의 목을 죄어 혈액순환에 지장을 주고 사고력도 저하시킨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최근 미국 의학자들은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한 안과 학회지에 발표,'넥타이를 바짝 죄어 매면 시력이 나빠지고 최악의 경우 실명 위험까지 있다'고 경고했다. 넥타이가 머리로부터 심장으로 피를 되돌려 보내는 주요 경정맥(頸靜脈)을 압박,안압을 크게 상승케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넥타이를 한국 사람처럼 하루 중 오랫동안 매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회사문을 나오기가 무섭게 넥타이를 풀어 호주머니에 넣는 반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귀가할 때까지 넥타이를 매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이들의 목에 걸린 넥타이를 쉽게 풀어 내지 못하게 하는 걸까. 하긴 이들의 목을 단단히 조여 매고 있는 게 어디 넥타이뿐이겠는가. 오늘 아침도 우리는 전장에 나가는 병사들이 군장을 갖추듯 넥타이를 맨다. 넥타이를 매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을 추슬러 본다. 그리고 생활의 무게를 당당히 맞는다. 그래서 넥타이는 불퇴전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