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기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는 택시업계가 불경기 여파에다 대리운전, 구인난 등으로 삼중고에 시달리며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2시간 맞 교대하며 죽기살기로 운전해도 사납금 맞추기에 급급합니다"4년째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최모(40·군산시 산북동)씨는 동료들 사이에서 "악바리"로 통할 정도로 12시간 근무시간 중 11시간 동안 운전대를 잡는다. 하지만 일일 사납금과 가스·식대비를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것은 2만∼3만원이 고작이다. 휴일에는 아예 사납금을 못 맞추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봉급 40여만원을 합치더라도 한달 평균수입이 100만원에 못 미친다. 이 같은 사정으로 사납금 미납분이 300만∼400만원에 이르는 기사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씨는 "자녀 둘을 키우느라 어쩔 수 없이 택시운전을 하지만 기회만 닿는다면 미련없이 직업을 바꾸겠다"고 한다. 이처럼 택시업계가 심각한 불황에 빠진 데는 서민들의 실물경기가 고스란히 반영되는 특성 때문이다. 씀씀이를 줄이기에는 외식비와 교통비 등이 가장 손쉽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대리운전업체의 난립과 콜밴차량의 불법영업도 수입감소에 한몫하고 있다. 짭짤한 수입원이 됐던 야간 취객을 대리운전업체에 모두 빼앗기고 "보너스"로 통하던 장거리손님도 찾아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수입이 줄고부터는 구인난도 심각해졌다. 대부분 2교대가 원칙이지만 기사가 모자라 혼자서 하루종일 운전하는 변칙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무사고 9년8개월 가량이 돼야 개인운전면허를 받을 있는 여건도 택시기사 기피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회사측에서도 기사 부족으로 차량 30∼50%를 세워두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사정으로 출퇴근시간대를 제외하고는 시외버스터미널, 나운동 주공4단지 앞 등지에서는 빈 택시들이 줄지어 정차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