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류시화에게 있어 사랑의 상징은 외눈박이 물고기,즉 비목(比目)이다. 당나라 시인 노조린의 시에 나오는 비목. 눈이 하나밖에 없는 이 물고기(비목어,比目魚)는 암수 한쌍이 평생을 한몸이 되어 함께 사랑하며 살아간다. 그들의 사랑은 이 세상 그 무엇도 갈라놓을 수가 없는 운명,그것이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외눈박이 물고기처럼/사랑하고 싶다/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외눈박이 물고기처럼/그렇게 살고 싶다/혼자 있으면/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류시화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에겐 비익조(比翼鳥)와 연리지(連理枝)가 그들의 사랑을 상징한다. 그들은 칠월칠석 깊은 밤 화청궁(宮) 장생전(殿)에서 둘이서 맹세한다. '죽어 하늘나라로 가면 비익조가 되고 이 땅에선 연리지가 될지니라.'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에서) 비익조는 암수의 눈과 날개가 각각 하나라서 암수가 항상 짝을 지어 난다는 전설 속의 새. 연리지 또한 뿌리는 각기 다르나 가지가 합쳐져 하나가 되어 자란다는 전설 속의 나무. ▼'당신이 숨을 거둔 후에 부질없는 시를 다시 쓰게 되면 손을 자르겠노라.' 육순의 시인 송수권이 병마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아내를 바라보며 한 다짐이다. 젊은 시인의 지난날의 신산(辛酸)을 온몸으로 지켜줬던 게 그의 아내다. 그러한 아내가 이제 하루하루 생사의 기로에서 어렵게 버텨내고 있다. 시인에게 있어 목숨은 시다. 시인이 시를 버리는 것은 목숨을 버리는 것. 목숨을 버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듯이 시인이 시를 포기하는 것 또한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시인은 시를 쓰는'손'을 잘라버리겠노라고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그러나 그것은 절필 선언이라기보다 너무나 절절한 한 편의 사부곡일 뿐이다.사랑은 처연해서 더욱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