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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신문(1004gunsan@naver.com)2003-11-10 00:00:00 링크 인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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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기가 아버지의 첫 번째 꿈을 이루어 준 것이 고등학교 때 학도 호국단장 선거였다. 사실 호국단장은 아버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귀순이 때문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싶었던 벼슬이었다. 귀순이는 초등학교 6년을 줄 곳 함께 다녔다. 마을 끝에 사는 무당 딸로 갸름한 얼굴하며 쏟아질 듯 큰 눈이 참 예뻤다. 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 선한 귀순이 얼굴만 떠올리면 가슴이 뛴다. 학교를 입학하기전 우물가에서 발가벗고 목욕할 때부터 함께 자랐기 때문에 귀순이라면 치마 속까지 훤히 안다. 뒷산의 참나무 등지 새집에서 알을 꺼낼 때도 귀순이의 치마에 던졌고 들판의 논도랑에서 잡은 송사리도 귀순이의 고무신에 넣은 것뿐이 아니라 잠자리까지 따라 다니던 귀순이었다. 중학생이 될 때까지만 해도 봉기와 귀선이는 함께 붙어 다녔다. 철이 들어가면서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마을 사람들 눈을 피해 해가 지면 어둠과 함께 만난다는 것 정도였다. 그들의 밀회장소는 거의 같은 곳이었다. 마을 뒷산에 김씨 문중의 선산이 있었다. 이조 판서 묘가 있었는데 벼슬 때문인지 비석도 크고 묘가 다른 묘의 열 배나 되었다. 둘만의 조용한 시간을 갖기에는 이곳 만한 곳이 없었다. 중키의 소나무 숲은 파란 하늘과 흰 구름 말고는 아무도 방해하는 사람이 없었다. 비가 오는 날은 소나무 아래서 고스란히 비를 맞으면서도 행복했고 바람이 부는 날도 눈이 오는 날도 둘만의 세상은 아름다웠다. 그러다가 어는 날부터인가 귀순이가 나타나지를 않은 것이다. 다음날도 다음 날도 이조판서 묘비 앞에는 봉기 혼자였다. 학교가 파하고 돌아오는 길목에서 그녀를 기다려 이유를 물었지만 그녀는 이제 그럴 수밖에 없노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점점 멀어져만 갔다. 학교가 높아지고 학년이 올라 갈수록 귀순이가 더 보고 싶었다. 책을 펴도 달음질을 해도 오직 그녀 생각뿐이었다. 귀순이가 마음 변한 것이 어쩜 철이 든 탓이리라. 어려서야 오누이처럼 지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생각해보면 봉기의 앞날이 너무 암담한 탓도 있으리라. 모르면 모르지만 그녀의 어머니도 반대를 할 것이다. 다시 그녀를 만나려면 그녀에게 뭔가 보여주어야 할 것 같았다. 지금껏 귀순이 앞에서 학급 반장 한번도 제대로 못한 것이 한이다. 사실 초등학교 때는 공부도 뚜렷하게 잘하지도 못했지만 무식한 아버지가 기성회는커녕 담임 선생 얼굴조차 단 한번도 기억을 하지 못했으니 줄반장인들 차례가 돌아 올 리가 없는 것은 당연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기성회고 담임 선생이고 소용없고 오직 투표로 결정을 하는 것이니 해 볼만하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귀순이를 다시 만나려면 호국단장에 당선이 되어 그녀 앞에서 멋지게 보여 한다. 학도 호국 단장이라면 까짓 반장 따위와 비교나 되겠는가 말이다. 그 날밤은 달빛이 좋은 보름날이었다. 봉기는 이조 판서 묘에 기대어 고운 달을 보고 누워 있었다. 초저녁부터 귀순이 집 울타리 밖을 서성거렸어도 그녀를 만날 수가 없어서 혼자 이곳에서 그녀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기어코 호국단장이되어 당당히 그녀를 찾아가리라. 하얗게 달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녀가 너무 보고 싶다 중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이런 달밤에는 이곳에서 그녀를 만나 키스도 하지 않았던가. 생각만 해도 몸부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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