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혈연, 지연, 학연이 성공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이런 연줄은 변변하지 않은데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성공과 관련한 새로운 개념이 있다. 공존지수(Network Quotient)가 그것이다. 남과 서로 도우면서 공존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것이 지능지수(IQ)나 감성지수(EQ)보다 더 성공에 필요한 개념이다. ▼원래 네트워크란 방송망이나 컴퓨터망을 일컫는데, 이것을 사회학에서 특정한 인간관계에 적용시킨 용어다. 네트워크 조직은 내부 구성원들이 대등한 입장이고, 결합의 조건이 유연하다. 구성원 사이의 유대관계는 약하고 유동적이지만 정보와 자원을 자유롭게 교환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장벽도 문지기도 없다. 번듯한 경력이 없다고 끼워주지 않거나 왕따를 시키지도 않는다. ▼그동안 연줄이 중요했다. 동창회니 향우회가 그랬고, 문중의 힘도 있었다. 우리는 마치 보험이라도 드는 것 마냥 줄기차게 그런 모임을 가져왔다. 지금은 그런 구시대적 발상으로는 이 세상을 잘 살아가기 어렵다. 명문대학을 나온 실업자가 도처에 즐비하며 최고 권력자의 친·인척이 비리로 구속되는 일이 다반사인 사회를 살고 있다. ▼작년 한해 동안 한국을 움직였던 ‘붉은 악마’, ‘촛불 시위’, ‘대통령 선거’는 모두 네트워크의 산물이다. 새로운 네트워크는 빠르고 힘이 세다. 이들이 뭉치는 것이 빠르듯 헤어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아무리 강한 네트워크라도 주어진 일이 끝나면 순식간에 제자리로 돌아간다. 우리 사회는 분명 연줄사회에서 네트워크 사회로 가는 시대의 전환점에 서 있다. 남을 돕고 또 도움을 받으면서 공존 능력을 키워가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내가 먼저 남을 돕는 게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