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국의 일일 시트콤에 지방 출신 서울지역 여대생 3명의 아나운서 시험 도전기가 자주 나온다. 부산·목포·삼척 출신으로 미모도 아닌 이들은 사투리로써 드라마 재미를 돋우는 역을 맡고 있다. 극중에서 이들의 면접시험은 '태생적' 사투리로 낙방이 예정돼 있다. 아나운서 취업전문학원에서 재수하는 이들의 좌절을 뒤집어보면 유쾌하지 않다. '지방사람이 아나운서 되기는 원초적으로 힘들다'는 지방사람의 한계성이 무의식적으로 주입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지방 한계성'의 실재는 기업들의 지방대생 채용 차별에서 입증되고 있다. 이러니 지방고 우수 인재들의 '탈(脫)지방'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현상이 대입시 준비과정에서부터 연출되고 있다. 이른바 '지방 고3' 상경 러시다. 수능시험을 치르고 대입시 마지막 관문인 논술·심층면접시험 준비를 위해 많은 지방 고3학생들이 서울 강남의 유명 입시학원으로 쇄도하고 있다. 학원 주변의 고시원과 여관들이 이들로 북적댈 정도라 한다. '지방에서는 다룰 수 없어 전문적인 서울로 유학한다'는 것이 이들의 변.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을 서울로 안내 하기도 한다. 공교육은 이미 실종된 것이다. ▼이번 수능시험에서 내신 위주의 재학생은 약세였고, 수능에 몰두한 재수생은 초강세였다. 고3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고조됐고, 일부 학교 교사들마저 동요했다. 수능 열세 만회 전략이 서울행 보따리를 싸는 것이다. 서울의 많은 입시 정보와 단기간 내의 지식 축적을 위해 수백만원의 비용도 마다하지 않는다. 고3들에게는 '마지막 불꽃 투혼'을, 학부모들에게는 '구도'와도 같은 '고행'을 더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속성으로 '포장된 실력'이 실제로 효과 있을지는 의문이다. 논술과 심층면접시험은 전문지식과 세련된 면접테크닉을 요구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또 벼락치기로는 큰 성과를 얻지 못한다. 면접시험 교수들은 수험생이 지난 3년간 쌓은 '지적 내공'과 잠재력을 가늠할, 즉 '옥석'을 가려내는 능력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