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은이 중국에 가서 과거에 응시해 합격했는데 명성이 천국에 진동하였다. 고려선비로서 중국의 과거 갑과에 합격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참으로 더 없는 영광이었던 것이다. 잠시 시간을 내 명승고적을 유람하던 목은이 어느 절간에 들렀을 때 이 소식을 전해들은 중이 떡을 대접하면서 ‘승소소래승소소(僧笑小來僧笑小)’라는 글 한 구절을 내놓으면서 대구(對句)를 주문하였다. ▼중이 던진 문구를 선뜻 이해 못한 목은은 대구를 못한 채 뒷날을 약속하고 귀국하였다. 목은이 어느 날 천리 밖에서 놀고 있는데 집주인이 술병을 들고 오기에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객담(客談)이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목은은 그 자리에서 ‘객담다지객담다(客談多至客談多)’라는 대구를 지었다. 승소(僧笑)는 떡의 다른 이름이었고 객담 (客談)은 술의 별명이었던 것이다. ▼중이 떡을 대접하면서 “떡을 조금 대접해 중의 웃음이 적다”라고 한 글귀에 객점의 주인이 주는 술을 보고 “술을 많이 내니 손님의 말이 많다”고 한 목은의 글귀는 중의 화두와 참으로 어울리는 대구이다. 반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나 목은은 중원 땅으로 들어가 중이 던진 화두에 화답했다. 중은 목은에게 “늦었다고 무엇이 잘못이겠느냐”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남의 환심을 이끌어 내고 마침내 자신의 입지만을 굳히려 드는 사람들이 반드시 들어두어야 할 일화이다. 어제 한 말을 뒤집는 사람이나, 기업에서 뭉칫돈을 빼앗아다가 선거자금으로 써놓고도 돈 받은 일 없다면서 오리발 내미는 정치인들은 육개월이 지난 뒤 천리 길을 마다 않고 중을 찾아가 화답한 목은 이색의 언행일치하는 모습을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이다. 그래야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