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만 켜면 돈이 넘쳐나지만 온정의 손길이 필요한 불우이웃의 겨울은 유난히 춥고 쓸쓸하다.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의 복지시설이나 무의탁 노인가구와 소년소녀 가장 등에 대한 각종 후원과 지원이 크게 줄어들고 따뜻한 정을 나누려는 독지가들의 성금이나 위문품이 뚝 끊기다시피 한데다 이웃돕기 창구에도 썰렁한 냉기가 감돈다. 어느 사회나 소외계층이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훈훈한 인정이 절실한 이웃이 너무 많다. 복지시설과 각종 지원대상자, 끼니가 걱정인 장기 실업자 등 눈만 돌리면 온정의 손길이 필요하다. 복지시설 관계자들은 예전 연말연시면 주변 기업체나 독지가들의 성금이나 위문품이 줄을 이었으나 올 연말에는 종교단체나 관변단체에서 가끔 찾을 뿐 일반인의 발길은 거의 끊겼다고 말한다. 올해는 특히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하지만,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 비리 등 정치권의 불법과 비리가 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을 맥빠지게 하고 사회적 연대의식을 깨뜨리고 있는 것도 사회의 정을 더욱 메마르게 한 요인이다. 남을 돕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우선 마음이 우러나야 하지만 마음을 낼 풍토가 조성돼 있지 않은 것이 우리의 정치 사회환경이다. 그렇다고 이웃을 돌보는 마음까지 꽁꽁 얼어 붙일 수는 없다. 불우이웃을 돕는 미덕은 우리의 오랜 미풍이다. 복지시설 등은 일차적으로 정부가 사회 안정망을 동원해 적극 보살펴야겠지만 정부와 자치단체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구호사업이다. 민간단체나 일반인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이웃을 돌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상에는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이웃돕기에 열심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주변을 외면하며 흥청대는 부류도 있다. 소외된 이웃은 아랑곳없이 혼자만 잘살겠다는 눈먼 이기심이 넘실대지만 함께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식 또한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이다. 이웃을 돕는 일은 바로 자기 자신을 돕는 일이기도 하다. 남에게 사랑을 베푸는 만큼 참된 보람을 되돌려 받기 때문이다. 유난히 외롭고 추운 연말연시를 맞고 있는 어려운 이웃에 따뜻한 손길을 보내는 것은 곧 ‘사랑의 저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