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보다도 힘든 결정이었습니다. 누구든 한 사람을 선택해서 찍어야 하는 선거판의 냉혹한 현실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실로 어렵기 짝이 없었습니다.” 오전 8시경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나운동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한 유권자(53, 자영업)의 안타까운 표정에서 이번 군산의 선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첨예한 대립양상으로 진행됐음을 짐작케 했다. 군산선거구는 민주당 강봉균 현의원의 수성이냐 아니면 무소속 강현욱 의원의 정치권 재입성이냐를 놓고 정책보다는 인물대결의 양상 속에 선거운동기간 내내 설왕설래가 끊이질 않았다. 게다가 한나라당 이종영 후보의 뚝심 있는 행보에 박수갈채를 보내는 이들도 많았다. 이처럼 군산선거구의 주요 세 후보를 얽히게 만든 요소는 당연 새만금, 새만금에 관한 공약은 사실 군산지역 후보들뿐만 아니라 도내 대부분 선거구의 출마자들이 전북발전을 이야기할 때 저마다 지역적 여건에 맞춰 후보들의 입맛에 맞게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군산에서의 새만금 공약은 더 강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산의 뜻있는 유권자들은 너무도 잘 아는 새만금에 관한 사실들에 마음을 두기 보다는 양 강 구도의 선거 판세에서 누구를 지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휩싸이기 일쑤였다. 투표 전날에 만난 한 유권자는 “투표참가를 결정하지 않았다”며 “평소 두 강 후보와 모두 가깝게 지내왔고 비슷한 경로와 군산발전을 위해 합심했던 시간이 거의 전부였기에 어느 한 쪽을 드러내놓고 지지할 수 없는 이들은 이번 선거가 괴로움 그 자체라고들 말한다”고 전했다. 실제 한 여성 유권자는 “이번의 경우는 어찌됐든 유권자 입장에서 누가 이기고 지고를 떠나 지역적인 비극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말 얼굴 표정관리하기가 너무 힘들어 아예 후보들과 마주치지 않기를 바라는 경우도 많았다”며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 후보를 지지하기로 마음먹은 이들이야 지지 후보를 투표하면 되겠지만, 유권자들 중에는 부동층 그 중에서도 합심해 지역발전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마음을 쉽게 정하지 못하고 선거 후 남게 될 상처가 지역발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며 우려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이에 유권자들은 “다 같이 열심히 뛰었다고 생각해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깨끗하게 승복하고 군산발전을 위한 마음으로 정말 지역을 위해 합심하는 자세를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전 선거에서는 비교적 속 시원히 자기 의사표시를 하며 자신의 지지후보를 위해 주장을 펴던 분위기와는 다른 양상이 이번 총선 군산선거구에서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박빙 등의 분위기로 인해 선거판의 각 후보 진영 긴장감은 극에 달했지만 지역의 앞날을 깊게 생각하는 이들의 저변은 달라보였다. 이들 심사숙고하는 부동층의 표가 투표로 이어질 것인지 그리고 누구에게 그 표가 쏠릴 것 인지도 이번 총선 군산선거구의 큰 관심사 중 하나이다. 이들의 움직임이 지역 투표율과 지지를 받는 후보의 당선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각 후보들은 9일 오전 해당 투표구에서 투표를 마치며 모두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누가 되든 서로 협력하며 군산발전을 위해 힘쓰겠다’ ‘당선을 확신한다’는 말을 남겼다. 투표는 오전 6시부터 시작됐고, 오후 11시경 당락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인 가운데 유권자들과 후보자들의 시선은 어느새 개표소인 흥남초등학교 대강당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