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는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서 운명처럼 찾아온다. 이 때문에 정치에선 늘 긴장의 끈을 쉽사리 놓지 못하는 법이다. 특히 ‘툭’ 터지는 예상 밖의 악재는 한 순간 정치적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기까지 한다. 그래서‘악재를 어떻게 대처하냐’에 따라 위기가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새만금 1·2호 방조제의 관할권 결정이란 악재가 등장했다.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중분위)가 새만금 1·2호 방조제의 관할권을 각각 김제시와 부안군으로 결정하면서 지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것이다. 시내 곳곳에는 중분위의 결정을 성토(聲討)하는 형형색색(形形色色)의 펼침막이 내걸렸다. 또 중분위의 잘못된 결정을 지적하는 지역내 각 단체의 대동소이(大同小異)한 성명도 연일 쏟아졌다. 시와 정치권은 한발 더 나아가 이번 결정과 관련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천명(闡明)했다. 결국 시와 정치권은 ‘정공법(正攻法)’을 택할 수 밖에 없는 프레임에 갇혔다. 이럼에도 새만금 1·2호 방조제 관할권을 되찾아오는 길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중분위의 결정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뒤집혀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서다. 다시 말해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에 더더욱 역경과 시련을 예고한다는 의미다. 오히려 긴 세월을 묵묵히 기다려야하는 끈기와 인내가 요구되는 싸움이다. 이 문제는 문동신 시장이나 김관영 의원에게도 앞으로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지역 현안사업을 놓고 지역내 갈등이 만연된 상황에서 이번 악재는 향후 민선 6기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와 신뢰측면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문 시장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시민과 함께 ‘결사항전’의 자세로…자치권 사수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강렬한 어조로 중분위 결정을 비판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민선4~6기 통틀어 문 시장이 이번처럼 강렬한 어휘를 동원한 적은 없었다. 사실 새만금 1·2호 방조제의 관할권은 민선 6기의 대표적 공약중 하나. 중분위의 이번 결정으로 민선 6기 공약추진에 실금이 생긴 만큼 지역현안문제뿐만 아니라 향후 문 시장의 시정 지도력에 대한 검증이 될 수 있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번 악재에 대한 파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역 소식에 밝은 한 소식통은 이에 대해“민선 6기 남은 3년의 시정을 이끌어가는데 이번 중분위의 결정이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문 시장이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뜻하지 않은 악재로 인한 사정은 내년 총선을 앞둔 김관영 의원도 마찬가지다. 김 의원은 지역에서 가장 먼저 성명서를 냈다. 오히려 시의회보다 하루 앞서 발표할 정도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지역 현안문제와 관련해 시의 입장이 나오면 시의회가 힘을 보태고, 그러고나서 추이를 지켜본 뒤 정치권(국회의원)이 동조하는 것이 관례 아닌 관례다. 김 의원의 성명서를 들여다보면 수위도 높았다. 제1야당의 수석대변인 출신답게 “중앙분쟁조정위원회가 중앙분쟁조장위원회가 된 것 같다”고 에둘러 중분위의 정체성을 비판했다. 김 의원의 발빠른 성명 발표는 이번 문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한 듯 보인다. 실제로 중분위 결정 이후 기자가 지역에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정치권의 공조 여부다. 이번 결과를 두고 시와 정치권의 폭 넓은 공조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도 엄연히 존재한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새만금 1·2호 관할권 문제는 내년 총선과정에서 최대 선거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짙다”고 예견했다. 과연 문 시장과 김 의원이 이번 악재를 어떠한 방식으로 헤쳐나가고 또 시정운영과 의정활동과정에서 어떠한 해법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