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사의 거목 김영삼 전 대통령(제 14대․1993~1998)이 22일 0시 22분경 영면의 길로 떠났다. 반세기 동안 파란만장한 정치역정을 지내온 'YS의 발자취'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영남의 대표적인 민주화 리더인 김 전 대통령은 지역을 떠나 군산과 남다른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군산과 어떤 관계가 있었을까. 그 시작에는 군산출신 고형곤 박사(1906 ~ 2004)가 있다. 옥구에서 태어난 고 박사는 서울대 교수 및 전북대 총장 그리고 지난 1963년에는 국회의원(제6대)을 지냈다. 고 박사가 서울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 그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 중 하나가 바로 김 전 대통령이다. 이들의 관계는 정계(政界)에서도 계속됐다. 고 박사가 국회의원 시절 민정당 사무총장을 맡을 당시, 김 전 대통령이 원내 총무로 같이 활동했던 것. 김 전 대통령은 사석 등에서 고 박사와 사제지간임을 강조한 부분이 여러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 박사에 이어 아들 고건 전 국무총리도 김 전 대통령과 깊은 관계를 맺은 인물이다. 김영삼 정부에서 총리직을 수행했기 때문. 김 전 대통령은 지역과 출신을 가리지 않고 능력 위주로 인재를 발탁한 지도자였다. 김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총 7명의 총리를 지명했는데 초대에는 황인성 씨, 마지막에는 고건 씨를 각각 발탁했다. 이들은 모두 전북 출신이다. 김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고건 전 총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화의 선봉이 되신 분”이라며 “금융실명제와 공무원 재산등록제 그리고 규제개혁 기본제도 이 세가지는 지금도 우리 사회를 뒷받침 하고 있는 기둥"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규제개혁 기본제도를 그 때 내가 (김영삼 대통령을) 모시고 법안의 입법을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고 전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의 국가장 장례위원회 고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군산 출신 강봉균 전 국회의원은 김영삼 정부 때 경제기획원 차관과 장관급인 국무총리실 행정조정실장, 정보통신부 장관을 맡았고, 강현욱 전 도지사도 환경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군산시정을 이끌고 있는 문동신 시장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새삼 주목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임기 6개월을 앞두고 문동신 농어촌 진흥공사(현 한국농어촌공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임명했다. 당시 농어촌 진흥공사 사장을 맡았던 조홍래 정무수석이 문동신 부사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문동신 시장은 YS 정부 때 6개월, DJ 정부 때 5년, 노무현 전 대통령 때 6개월 등 총 6년 2개월간 (한국농어촌공사)사장직을 수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1991년 말에 착공한 새만금 개발도 김영삼 정부 초기부터 국비가 투입돼 공사를 추진했다. 새만금 1-3 공구 건설이 1994년 7월에 본격화하는 등 방조제 건설의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지역 정가에 밝은 양희철 (사)새만금코리아 고문은 기자와의 만남에서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도무문(大道無門)’ 이라고 써있는 기념품을 받은 일화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전 대통령님은 따뜻하고 유머스러운 분이었다. 대한민국의 큰 별이 서거해 너무나도 안타깝다. 그분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열정이 한국 정치사에 길이 남기를 바란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9선 국회의원을 역임하는 동안 최연소 원내총무(38세), 최다선 원내총무(5회), 최연소 총재(45세) 등 화려한 기록을 쏟아냈으며 지난 1992년 대선에서는 김대중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돼 ‘문민시대’를 열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