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대 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을 앞두고 지역 정치권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당(黨)과 당, 의원(議員)과 의원간 보이지 않는 수 싸움의 시작. 당초 국민의당은 의장과 부의장을 각각 박정희, 김영일 의원으로 내정한 상태였다. 이에 맞서 더 민주당은 의장 김경구, 부의장 강성옥 카드를 만지작 만지작거렸다. 지난 금요일(1일) 오전까지만해도 구도는 이렇게 굳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오후들어 분위기는 달라졌다. 국민의당 내홍이 심각해져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치닫았다. 전반기 의장을 지낸 진희완 의원과 한경봉 의원, 정길수 의원이 사실상 김심(金心)의 내정에 반발해 의장직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바로 그 때 더 민주당은 의장 출마를 포기하고 김경구, 강성옥 의원 2명이 부의장에 출마해 경쟁키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뜻밖의 취재원 정보였다. 두 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의장과 부의장 선출을 위한 제195회 임시회가 예정된 지난 4일. 당시 전반기 의장을 지낸 진희완 의원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임시회 시작 20분을 남기고 열린 기자회견이었을 만큼 그 내용이 무척 궁금했다. 진 의원은 지난 2일 김관영 지역위원장과 독대를 통해 나눈 이야기를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이날 진 의원이 공개한 내용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자신과 정길수, 한경봉 의원이 자진사퇴하고 박정희 의원을 의장후보로 정하는 것이었다. 또 부의장의 경우 국민의당은 더 민주당에서 어느 후보를 내든 적극 협력한다는 것이다. 즉 의장은 다수당인 국민의당이, 부의장은 더 민주당이 차지하기로 한 것이다. 진 의원은 이를 ‘협치(協治)’라고 했다. 하지만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자신의 의장 출마 사퇴의사를 번복하겠다는 말까지 곁들였다. 마침내 임시회가 시작됐다. 시작부터 진 의원이 당에 제출한 의장직 사퇴서의 효력이 논란이 됐다. 자신은 사퇴의사를 당(黨)에만 밝혔을 뿐 시의회 사무국에는 제출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동완 의원은 본회의장에 기자와 관계공무원, 사전에 방청이 허용된 시민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특정정당 관계자들이 지금 이 시간까지도 원구성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적 잖은 논란 끝에 진 의원이 자진사퇴라는 결단을 내리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됐다. 이번엔 시의원들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감표위원들에게 넌지시 보여주는 행위가 문제됐다. 법적 조치와 CCTV 확보를 요구하는 한 시의원의 목소리가 나왔다. 시의회 사무국은 갑작스런 이런 상황에 두꺼운 지방자치법을 들쳐보며 허둥댔다. 곧이어 시의원들 사이 고성이 오갔다. 반말과 막말도 뒤따랐다. 지켜보는 이들 모두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시의원들간 서로에 대한 존경과 배려는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적어도 이날 하루만은 협치 보다는 대치(對治)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시의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