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시민단체가 새만금 카지노와 관련해 싱가포르 견학 취소를 요구하자 시의회가 이미 유보 결정을 내렸다며 유감 표명한 것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취소(取消)와 유보(留保)라는 두 단어의 혼동에 따른 것이 아니냐며 시의회 대응이 적절한지를 놓고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참여자치 군산시민연대와 군산YMCA 등 20개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9일 군산시의회의 준비없는 국외여행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시의회가 임시회의중 의총을 통해 싱가포르 국외연수를 9월 말쯤 가기로 결정했던 것에 대한 지역 시민단체의 첫 공식 입장이다. 현재 발의된 것 뿐인 새만금특별법 때문에 군산시의회가 최소한의 준비도 없이, 싱가포르 연수를 가겠다는 것은 ‘벤치마킹’도 ‘연구’도 아닌 그냥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의미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이들은 경제도 어려운데, 세금낭비를 막아야 할 시의회가 앞장서서 시민세금으로 준비도, 목적도 불분명한 해외여행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이들 단체들은 당장 그 계획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시민단체의 이런 성명에 시의회가 반나절도 안돼 곧바로 입장을 내놨다. 시의회가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이 같이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예전 같으면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시간이 한참 지나서 짧은 문구의 보도자료를 내놨을 뿐이다. 시의회는 “당초 지난 6일 임시총회에서 새만금 오픈 카지노 관련 선진지 견학을 실시하기로 했으나 추석전 시의회는 군산시 당면 현안사업 및 의회일정 등 시기가 적절하지 않아 당 분간 유보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지견학을 유보했는데도 불구하고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확인 절차도 없이 시의회 국외여행 취소하라는 보도문을 발표한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까지 했다. 한마디로 시의회는 이미 유보했는데 왜 시민단체에서 뒤늦게 그런 보도자료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고, 그래서 억울하고 불쾌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의회의 이런 유감 표명은 취소와 유보라는 두 단어를 혼동한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취소와 유보. 포털 사이트인 ‘다음(DAUM)’의 어학사전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취소는 어떤 계획이나 일정, 말 따위를 없었던 것을 일컫는다. 반면 유보는 일이나 안건 따위를 일단 뒤로 미루거나 연기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취소와 유보는 엄연히 다른 의미다. 다시 말해 시민단체는 싱가포르 견학 계획을 아예 취소하라는 것이고, 시의회는 향후 상황을 지켜본 뒤 다시 추진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번 시민단체와 시의회의 각각 입장발표는 ‘동문서답(東問西答)’식이다. 시의회가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정확한 의사소통이 이뤄져야 시의회에 대한 지역 시민단체의 신뢰가 그 만큼 쌓인다는 것은 이번 일이 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