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줄을 잘 서야 한다. 군대에서도 그렇고 사회에 진출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야만 경쟁사회에서 남보다 먼저 출세길을 찾기 마련이다. 약육강식의 자연법칙이 적용하는 정치계는 이른 바 ‘줄’ 문화의 대표다. 어떠한 줄을 서느냐에 따라 자신의 정치 인생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관영 의원은 전도유망한 정치인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69년생)에 정계에 입문했고, 초선 때부터 그의 탁월한 정치적 능력과 감각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런 그가 민주당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지냈던 김한길 전 의원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출세가도(?)를 달렸다. 민주당 수석대변인(2013)에 이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비서실장(2014)까지 맡은 것이다. 초선으로서는 쉽게 누릴 수 없는 기회이고 자리였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에서는 그를 ‘김한길 라인’이라는 범주에 가뒀다. 지난해 총선 전. 그는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평소 그를 아끼던 주변인들조차도 그의 무모한 선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의 정치 정서와 개인의 정치적 장래 등을 고려해보면 굳이 민주당을 탈당할 이유와 명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한길 전 대표와 함께 당을 옮겼고, 이후에도 그의 길은 탄탄대로였다. 당장 국민의당 전북도당 위원장(2016) 자리를 꿰찼다. 그 것도 상징적인 의미가 큰 초대 도당위원장이다. 당내에서의 그의 입지는 원내 수석 부대표(2016)라는 자리까지 확대됐다. 당시엔 당내 최고 실세인 박지원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맡고 있을 때다. 역시 안철수 대표체제 후 진행된 첫 당직 인선에서도 김·관·영이라는 이름 석자는 선명했다. 그는 대표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사무총장(2017) 자리에 앉았다. 한 때 당 원내대표에 출마해 낙선의 아픔을 겪기도했지만 그의 정치적 능력과 자질은 김한길부터 안철수까지 누가 대표였냐에 상관없이 두루두루 검증받은 셈이다. 그러던 그에게 최근의 당내 상황은 매우 복잡하게 다가왔다.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론을 놓고 당내 내홍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았다. 호남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비안(非安)·반안(反安) 그룹과 친안(親安)그룹과의 치열한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전북지역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 상당수는 안철수 대표가 주도하는 통합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지역신문 등에 따르면 국민의당 소속 도내 출신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그 만이 ‘조건부 찬성’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조건부 찬성이란 햇볕정책 포기와 호남배제를 바른정당이 주장하지 않는다는 전제다. 군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으면서 당내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무작정 통합에 찬성하자니 지역 정서와 역행하는 것일 수 있어 향후 정치적 치명타를 입을 수 있고, 그렇다고 반대하자니 당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시 한번 그는 이 쪽이냐 저 쪽이냐를 놓고 줄을 서야 할 상황에 처했다. 어디에 줄을 대느냐에 따라 그의 정치적 운명도 달라진다. 정치는 줄을 제대로 대야 한다. 만고불변(萬古不變)의 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