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신 전 시장(80)이 29일 퇴임식을 갖고 이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갔다. 역대 최장수(最長壽) 시장이라는 선명한 기록을 남긴 그의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봤다. 문 전(前) 시장은 2006년 5월31일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시장에 당선됐다. 당시엔 11명이 출마할 정도로 시장 후보가 난립했다. 전임 시장이 인사비리 혐의로 구속된 데 따른 이른 바 무주공산(無主空山)의 현상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민주당계의 분열로 군산에서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각각 나뉘었다. 문 전 시장은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고, 열린우리당은 80년대 학생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자 서울 미문화원 점거농성을 주도한 함운경을 후보로 내세웠다. 또 시장권한대행을 지낸 송웅재 군산 부시장까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등 후보군이 쟁쟁했다. 그 결과, 문 전 시장이 28.36%의 득표율을 기록해 함 후보(21.51%)를 6.85%p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농업기반공사 사장을 지낸 문 전 시장이지만 지역에서만큼은 무명(無名)에 가까웠던 그였다. 그런 그가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고위관료출신을 선호하는 지역의 단체장 선거풍토때문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았다. 민선 4기 문 전 시장은 ‘50만 국제관광기업도시건설’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1년여 만에 124개 기업유치와 2조5000억원 투자, 1만4859명의 고용창출 등의 괄목한 성과를 냈다. 특히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두산 인프라코어 등 대기업이 잇따라 들어섰다. 시민들의 기대감도 커져갔다. 구체적 통계치는 찾아볼 수 없지만, 시정평가는 꽤 좋은 편이었다. 이런 긍정적인 평가와 성과는 문 전 시장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민선 4기 취임 2주년을 맞아 가진 시청 출입기자 간담회. 선거를 무려 2년이나 남겨놓은 시점에서 그는 이 자리에서 재출마 입장을 일찌감치 드러냈다. 자신감에 대한 발로(發露)였다. 하지만 문 전 시장의 이 같은 재출마 의사 피력은 논란도 가져왔다. 그간 수 차례 “단 한번만 시장을 하겠다”고 문 전 시장이 주변에 밝혀왔던 터라 ‘말 바꾸기’ 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런 논란을 뒤로하고 그는 2010년 시장 선거에 재출마했다. 4년간 문 전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선거구도에도 영향을 미친 것일까. 당시 선거에서는 문 전 시장과 진보신당 최재석, 무소속 서동석 등 3명의 후보가 나섰다. 지금까지 7번의 시장 선거 중 제2회 때와 마찬가지로 가장 적은 후보가 출마한 것이다. 승부는 쉽게 갈렸다. 문 전 시장은 도내 최고 득표율(71.44%)로 재선에 성공했다. 민선 5기를 시작한 문동신호의 항해는 비교적 순조로웠다. 4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는 문 전 시장에게는 큰 자산(資産)이었다. 늘 문 전 시장은 민선 4기가 군산 발전을 위한 밑그림 단계라면 민선 5기는 채색의 시기라고 기자에게 말해왔다. 채색의 시기라는 말마따나 이 때부터 다양한 현안사업이 추진됐다. 지역 첫 박물관인 근대역사박물관이 들어섰다. 대형병원 유치 움직임도 꿈틀거렸고, 페이퍼코리아 이전 문제도 논의의 테이블에 올려졌다. 분명히 군산은 변화와 개혁의 바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하지만 매끄럽지 못한 행정은 불신을 낳는 원인이 됐다. 그 중 사우디 S&C사의 비응도 호텔 건립 무산은 기대감에 부푼 시민들에겐 준 대표적 상처였다. 새만금 송전선로 역시 깔끔하지 못한 행정의 사례다. 이는 오랜기간동안 주민과 행정간 갈등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2012년에는 사상 유례없는 400㎜ 이상의 폭우로 지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면서 행정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한동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재선 임기 막판에는 하수관거 부실시공 의혹까지 터져나왔다. 이러한 행정 불신과 갈등은 문 전 시장에 대한 피로도를 높일 만큼 위기였다. 민심(民心)은 싸늘하고 무서웠다. 2014년 문 전 시장이 마지막 시장에 도전에 나설 때 민심은 예전과 달랐다. 모두 4명이 출마한 당시 시장 선거에서 문 전 시장은 42.80%에 그쳤다. 상고 선후배사이인 무소속 후보 2명의 합산한 득표율(46.9%)이 그를 크게 위협했다. 4년 전 도내 최고 득표율 당선자라는 것을 무색케할 정도다. 막판 무소속 후보간 단일화가 성공했다면 문 전시장의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호사객들의 추론도 나왔다. 그러나 문 전 시장은 꿋꿋했다. 사이후이(死而後已), 승풍파랑(乘風破浪), 임사이구(臨事而懼)…. 그의 시정 철학이 노쇠해져가는 권력을 지탱했다. 그러더니 국가예산 3년연속 1조원 시대를 활짝 열었다. 또 관광객 300만 시대를 맞는 등 군산 관광산업의 새 판을 짜는 계기를 마련했다. 아시아 도시경관 대상 수상 등 상복도 터졌다. 임기 막바지에는 섬과 섬을 잇는 고군산연결도로가 연결됐다. 군산과 서천을 연결하는 동백대교 개통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악재가 겹쳤다. 모든 것이 덧없고 무상하다는 세상사는 호재보다 악재의 충격이 더 큰 법이다. 그래서 악재에 대한 기억이 호재에 비해 오래간다. 새만금 1・2호 방조제의 주인이 각각 부안군과 김제시로 넘어가기 직전이다. 30만명이 금세 손에 잡힐 듯한 인구는 끝도 모르고 추락했다. 작년에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멈춘데 이어 올들어서는 한국지엠 군산공장마저 문을 닫았다. 이처럼 그의 12년 임기는 부침(浮沈)의 연속이였다. 오랜 세월동안 굴곡의 역사를 거친 임기 막바지에는 그의 입지가 다소 좁아져보였다. “재선에서 뭠췄어야 하는데…” “건강이 좋지 않다는데…” 곳곳에서 그를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에 대한 평가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이 더 부각돼 평가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건 그는 민선들어 첫 3선 연임의 시장이라는 발자취를 남겼다. 아울러 모든 임기를 무사히 채운 첫 시장이라는 타이틀도 가졌다. <문동신 시장 퇴임사 전문> 존경하고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 그리고 공직자 여러분! 오늘은 제가 시장으로서 여러분들을 만나는 마지막 날입니다. 한분 한분들 모두 고마웠습니다. 12년 전,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우리 군산을 “풍․화․격을 갖춘 50만 국제관광 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꿈과 비전을 갖고 출범하였습니다. 금강과 내항을 중심으로 한 구도심권 활성화와 새만금을 연계한 개발을 통해 군산이 동북아의 경제중심 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하였습니다. 시장 임기를 마무리하는 지금 그 다짐을 모두 실현해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많은 부분에서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면, 2014년 우리 군산이 아시아의 근대도시로 인정받고, 2007년 5천 173억원이었던 국가예산은 2018년 1조 103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492개의 기업유치로 22조의 투자와 6만여명의 고용창출을 이루었고, 2011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관광객은 올해로 5백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또 교육, 체육, 문화예술 부분에 많은 변화가 이루졌으며, 어린이와 어른이 행복한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복지정책을 추진하여 누구나 살고싶은 도시로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또한 동백대교 개통, 고군산연결도로 개통은 서해안 관광의 중심축을 이루게 될 것이며, 새만금 남북도로의 착공은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온갖 정성을 다하며 관리해오던 현대중공업과 한국지엠의 철수는 한없는 울분을 갖게 하고 있으며 군산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성공에는 수난이 따른다고 했습니다. 이는 군산발전의 과정에서 일어난 수난으로 생각하고 우리 30만 군산시민이 굳게 뭉쳐 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도록 노력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12년동안 내실을 다져 축적해 온 계획들이 가시화되고 있고, 범시민적 요구와 열망은 새로운 군산을 여는 커다란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6.13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지역의 일꾼이 선출된 올해는 행정에서도 많은 성장과 희망의 변환기가 될 것입니다. 긴 시간 묵묵히 헌신해준 직원들에 고맙고, 어려울 때마다위로의 자리를 함께 해준 아내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또한 군산발전을 위한 따뜻한 고견을 아끼지 않은 시민 한분 한분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공직자 여러분! “사심 없는 마음은 진리와 통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군산시 발전을 견인해주길 당부 드립니다. 시민 화합 없이는 그 어떠한 정책도 모래위의 성과 같다는 점을 인식하고, 시민이 화합하여 매진해 주었으면 합니다. 저는 이제 시장이라는 무거운 자리를 떠나 정년이 없는 제3의 인생을 시작하려 합니다. 비록 몸은 떠나지만, 우리 군산시 발전을 염원하면서, 군산시민과 공직자 여러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두손 모아 기원하겠습니다. 지나온 12년!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위대했던 도전을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고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 6. 29 문동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