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수질문제에 대해 정부가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심한 분노를 느낍니다. 아무리 좋은 계획이 수립되더라도 새만금 수질을 잡지 못하면 거대한 재앙의 땅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군산시의회 박광일 의원의 지적이다.
지난달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제25차 새만금위원회에서는 새만금사업 2단계 개발방향을 담은 새만금 기본계획 변경 안이 발표됐지만, 오는 2023년까지 전면 새만금 해수유통 결정을 유보함에 따라 지역사회의 반발이 적지 않다.
새만금 정책을 총괄하는 새만금위원회는 군산지역은 물론 전북지역 환경단체 등이 요구해 온 ‘새만금 해수유통 명시화’를 외면했다. 대신 새만금 수질 변화를 점검해 추후 해수유통 규모와 방법을 검토하겠다는 두루뭉술한 입장을 내놨다.
새만금위원회는 이날 새만금 기본계획 변경안, 농생명용지 농업용수 공급 방안, 후속 수질관리 대책안을 발표하면서도 지역 내 관심사인 해수유통 명시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정부가 새만금 수질관리를 위해 단기 대책(2023년까지), 중장기 대책(2024년 이후)을 구분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새만금 유역과 호(湖) 내 수질 분석, 현행 배수갑문 운영(1일 2회)에 따른 수질 개선 효과 점검과 함께 ‘연차 및 종합점검 결과를 고려해 해수유통의 규모와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제시한 것이 전부다. 사실상 ‘해수유통 명시화’에 대해 입장 표명을 유보한 것이다.
회의에 앞서 정 총리도 새만금위원회 회의장에 들어가면서 “새만금사업 방향 전환은 도민 공감을 얻고 필요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지역민과 시민단체 등의 해수유통 명시화 요구에 대해 답변을 피했다.
이에 군산지역 곳곳에는 새만금 해수유통을 촉구하고, 무분별한 매립과 내부 준설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군산시가 이런저런 이유로 직접적으로 정부 또는 전북도와 각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지역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항의하는 모양을 갖춘 것이다.
시민들이 내건 현수막에는 ‘새만금, 수질 개선 없는 사업 진행은 무의미하다!’, ‘누구를 위한 새만금 사업인가?’, ‘새만금 수질 문제 해결로 희망의 땅을 만들자’ 등 정부에 해수유통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도 성명을 통해 “새만금위원회의 이번 결정으로 새만금 방조제 안쪽 물과 갯벌은 계속 썩어갈 것이고, 예산만 낭비할 것”이라며 “송하진 지사는 즉각 해수유통을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광일 의원은 “2020년 새만금호 담수화 계획은 실패했고, 환경부도 목표수질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용역 결과를 내놨다”며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해수유통만이 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수유통을 명시하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이며 실망스럽게 생각한다. 또 명확한 결정을 2023년까지 미룬 것에 대해 안타깝다”면서 “하루빨리 새만금 해수유통이 새만금 기본계획에 명시돼 수질과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한 운동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전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