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 중재자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단적인 사례
새만금 동서도로 관할권을 놓고 김제시와 군산시의 갈등이 재점화 되고 있는 가운데, 새만금 동서도로 행정구역 분쟁 등 새만금 사업과 관련해 상급기관인 전북도의 책임 있는 중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북도의회 나기학 의원(환경복지위·군산1)은 지난 15일 제385회 본회의에서, 올해 8월 김제시가 전북도를 거치지 않고 행정안전부에 직접 제출한 동서도로에 대한 행정구역 결정 신청서 제출문제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고, 전북도의 강력하고 책임 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나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1년 정부의 사업 시행계획이 확정되며 시작된 새만금사업은 오랜 기간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금에 이르렀고, 방조제 착공 3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매립이 완료되거나 진행 중인 면적은 총 개발면적의 50%도 채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현 정권 들어 역대 정부 최초로 국정과제에 포함되고, 공공주도의 매립 및 사업들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며 개발에 탄력이 붙었지만, 인접 지자체 간 방조제 관할권 문제에 이어 이제 막 개통한 동서도로 관할권 문제까지 현재 새만금지역의 행정구역 관련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나기학 의원은 “새만금사업과 관련한 행정구역 문제는 3개 시․군에 걸쳐 진행된다는 지역적 특성과 새만금 개발로 발생한 피해와 부작용을 감내해왔던 시․군들의 입장을 생각해 본다면 이미 예견된 문제였다”며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해당 지자체들의 상급기관인 전북도가 지금까지 중재자로서 얼마나 책임감 있는 역할을 했는지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6월 전북도가 새만금 권역에 맞닿은 3개 시․군 지자체장과 함께하는 행정협의회 구성하고 공동합의문을 작성했음에도 2달 만에 이뤄진 김제시의 동서도로에 대한 행정구역 결정신청은 전북도가 중재자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또한 “김제시의 행정구역 결정신청은 시군구의 관할권 신청 시, 도를 경유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는 행안부 업무편람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절차상 하자가 명백하며, 또 상급기관인 전북도를 무시하고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점에서 전북도의 위상을 흔드는 행위”라면서 “‘새만금권 지자체 간 공동합의문’을 작성한지 2달 만에 결정신청서를 제출했다는 것은 소지역주의에 매몰돼 어렵게 만들어 놓은 전북 발전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전북도 차원에서 김제시의 동서도로 행정구역 결정 신청의 문제에 대해 김제시에 강력히 책임을 묻고, 행안부에는 결정신청에 대해 반려할 것을 강력히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제시는 지난 8월 13일 행안부에 새만금 동서도로의 행정구역 관할권을 인정해달라며 ‘행정구역 결정신청서’를 제출하자 군산시도 같은 달 20일 행안부에 행정구역 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시의 이 같은 대응은 ‘행안부가 김제시의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다시 말해 시의 이 같은 맞불대응은 새만금 인접 지자체의 갈등을 사전에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군산시의 요구대로 행안부가 김제시의 행정구역 결정신청서를 ‘반려’가 아닌 ‘접수’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군산시와 군산시의회, 지역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김제시는 물론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