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청에는 민원인이나 직원이 주로 사용하는 두 개의 엘리베이터와 한 개의 보조 엘리베이터가 있다. 이 중 보조를 제외하고 두 개의 엘리베이터는 각각 홀수와 짝수로 운영된다. 즉 짝수층 엘리베이터는 주로 4…6…8…10…12층을, 홀수층은 3…5…7…9…11층에서 타고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알 듯 말 듯한 시청 엘리베이터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유심히 살펴보지 못하면 어느 누구도 쉽게 눈치 챌 수 없는 그 비밀…. 일부 층수의 경우 그 적용(홀수층, 짝수층)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두 개의 엘리베이터가 일부 층수에 대해서는 짝수층, 홀수층 가릴 것 없이 멈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층수로는 시장실과 부시장실, 자치행정국장실 등 주요 간부가 몰려있는 4층. 또 현재 시의회가 주로 사용 중인 9~12층수 등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 층수는 홀․짝수 적용을 받지 않는 걸까? 시청 시설관리와 관련 있는 몇몇 공무원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를 아는 이들이 없다. 이런 가운데 청사관리와 관계가 다소 먼 한 공무원은 "높으신 분들을 위한…배려가 아니겠냐"고 귀띔했다. 이런 말이 사실이라면 이것 역시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권위주의다. 어느 누구도 눈치 차리지 못하는 권위주의가 엘리베이터에 슬며시 묻어있는 셈이다. 사실 권위주의와 권위는 그 의미가 다르다 할 수 있다. 권위는 자신이 드러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위엄을 말한다면, 권위주의는 애써 자신을 포장해서 억지로 드러내는 것이리라. 지난 6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던 40대 주부는 바로 그 권위주의의 직접적인 피해자다. 홀수층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던 주부는 뒤늦게 4층에서 멈추지 않는 줄 알고 5층 버튼을 눌렀다. 5층에서 내려 계단을 이용해 4층으로 가기 위해서다.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기자가 "4층도 멈춘다"고 말을 건네자 의아해했다. "(이 엘리베이터는)홀수층에서만 내리는 거 아닌가요?" "…(침묵)" 주부는 엘리베에터에서 멀어져가며 씁쓸한 표정까지 지었다. 그런 사실을 알려줘서 고맙긴하지만 왜 그렇게 운영해야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뜻일게다. 아니면 "미리 엘리베이터 입구부터 '일부 층은 홀수와 짝수 관계없이 멈춥니다'라고 알려주지 그랬냐"는 무언(無言)의 항변과 아쉬움일수도 있다. 따라서 엘리베이터에 담긴 권위주의(그 것이 아닐지라도)는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비록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권위주의에 빠져들면 시장이건 시의원이건 어느 누구도 아래를 볼 수 없고 그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깨닫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