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조급하게 결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시민들의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할 겁니다. 문제는 시가 활용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공무원들은 이래저래 눈치만 보느라 정책 소신을 지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16일 시의회에서 만난 한 시의원은 기자를 만나자 평소 하고 싶던 말이었는지 이 같이 거침없이 내뱉기 시작했다. 금세 얼굴은 붉게 물들더니 (시 행정에 대한)실망으로 가득찼다. 시민문화회관이나 옛 시청 부지 등에 대한 시의 활용방안이 여태 나오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답답함 때문으로 판단된다. 사실 이 것들이 적어도 실체적 존재로 기억되고 인정될 수 밖에 없는 한 활용방안은 늘 시민들의 관심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그 만큼 시민문화회관이나 옛 시청부지 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국 지역발전은 물론 지역민들의 삶의 질과 연관을 맺고 있어서다. 우선 시민문화회관은 수 년이 지나도록 제자리 걸음이다. 2년 전 시가 매각 대신 재활용하기로 결정한 이후 지금까지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공전만 거듭 중이다. 공연장 및 전시장, 그리고 고은 시인 문학관으로 활용하자는 일부의 의견이 있지만 시는 아직 활용방안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옛 시청부지의 활용방안도 마찬가지. 시가 우여곡절 끝에 옛 시청부지를 매입키로했지만 아직 활용방안은 없다. 이를 위해 지난 8월과 9월 시민 1,0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문화·예술·전시·공연공간으로 활용하는 게 낫다는 결과만 받아 놨을 뿐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이 없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만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못할 정도다. 옛 시청 인근의 군산초 역시 이전이 확정되었지만 향후 이전에 따른 부지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소유자인 교육당국과 논의의 장(場)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니 활용방안이 있을 리 만무하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은 시 공무원들의 정책적 소신이 실종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시가 먼저 활용방안에 대해 정책적 소신을 갖고 대안을 만든 뒤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득하고 이해시켜야하는데, 그런 과정이 아예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 만큼 시 공무원들이 중요한 사안마다 정책적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위축되어 있고, 또 책임을 지려는 자세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의 한 공무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사실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소신보다는 이래저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 역시 “윗분들이 결정해주지 못하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소신껏 입장을 드러낼 수 없는 것이 공직사회다”며 “이는 책임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고 귀띔했다. 따라서 시 공무원이 정책적 소신을 펼칠 수 있는 풍토 조성은 필수불가결하다. 지역대학에 출강하는 행정학분야 한 강사는 “애매하거나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정책의 부재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만 쌓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에 정책적 소신을 펼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 공무원들이 합리적인 정책적 대안을 내놓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는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고 제안했다.